故김동식소방관 숨진채 발견
지하수색 투입됐다가 고립돼
“진정한 이 시대 영웅” 추모
[천지일보=김빛이나, 홍보영 기자] “시민과 국가를 위해 순직한 소방관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당신은) 진정한 이 시대의 영웅이십니다.” “편안히 영면하시길….”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위해 투입됐다 고립되면서 생사를 알 수 없었던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 고(故) 김동식(52) 소방경이 19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 소방관들과 시민들은 참사를 당한 그의 희생에 애도를 표했다.
화재 현장에서 수습된 김 소방경의 유해를 실은 119구급차가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자 그의 생존을 바라면서 밤낮 쉬지 않고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대원들은 허탈한 표정을 보였다. 현장을 바라보던 한 소방대원은 “대장님은 늘 위험한 현장에 주저하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원에게도 말을 걸었지만 그는 먹먹한 표정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소방대원들에게 김 소방경은 평소 동료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선배로 기억되고 있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그는 항상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며 솔선수범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이번 참사에서도 김 소방경은 동료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참사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7일 오전 5시 36분께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 물류센터에서 불이 났다.
당국은 화재 발생 20분만인 오전 5시 56분에 대응 2단계를 발령했으며, 오전 6시 14분 대응단계를 1단계로 하향했다. 대응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이다.
불길은 서서히 잡혀갔고 화재 발생 2시간 40여분 만인 오전 8시 20분께 다소 누그러졌다. 하지만 잔불 정리 도중 다시 불길이 치솟았고, 오전 11시 50분께 내부 진화 작업을 벌이던 소방대원들이 긴급 탈출 지시를 받고 나와야 할 정도로 크게 번졌다.
소방당국은 낮 12시 14분께 관할 소방서는 물론 인접 소방서의 인력·장비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 경보를 다시 발령했다. 하지만 불길은 빠르게 번지면서 지하 1·2층을 모두 태우고 건물 전체로 확산하며 밤새 지상 4층 높이로까지 치솟았다.
앞서 김 소방경은 당일 오전 11시 20분께 동료 4명과 함께 인명 검색을 하려고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 김 소방경과 일행이 지하 2층에 진입하고 얼마 뒤 창고에 쌓인 가연물 등이 무너져 내리면서 순식간에 큰 불길이 일었다.
이에 김 소방경을 비롯한 소방대원들은 진입할 때와 반대 순서로 탈출을 시도했고, 가장 먼저 선두로 나섰던 김 소방경의 탈출은 마지막 순서가 됐다. 소방대원들은 무사히 건물 밖으로 나왔으나 김 소방경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고립 당시 김 소방경은 20분가량 버틸 수 있는 산소통을 메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방대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소방경이 팀원들을 챙기고자 마지막으로 탈출을 시도하다가 나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건물 안에 고립된 그를 찾기 위해 당국은 구조인력 20명을 건물 안으로 투입했으나, 건물 붕괴가 우려되고 유독가스 등 연기가 극심해져 2차 안전피해를 막기 위해 대원들을 철수시켰다. 이후 19일 큰 불길을 잡은 후 건축물 구조 안전진단 전문가들을 화재 현장으로 들여보냈다.
전문가들로부터 김 소방경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의 수색작업이 안전하다는 의견을 전달받은 당국은 즉각 수색인력을 투입해 김 소방경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는 인근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에도 그의 희생에 대한 애도의 글이 올라왔다. 네이버 닉네임 ‘kbh*****’은 “시민과 국가를 위해 순직한 소방관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영면하시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pag*****’은 “이 시대의 영웅이십니다”라고 했으며, ‘amy*****’도 “훌륭한 분을 잃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했다.
한편 쿠팡 물류센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이천 덕평물류센터는 신선식품을 제외한 일반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불이 난 물류센터는 안에 박스로 포장된 택배물건과 택배를 포장하는 잡화물품 등 불에 타기 쉬운 가용물이 적재돼 있었다. 이에 소방당국이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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