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가 1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측에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8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가 1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측에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8

화재사건 소비자들 분노계기

‘탈퇴’라는 형태로 분노 표출

‘스프링클러 작동 중지’ 의혹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노동환경과 창업자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 불매운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쿠팡을 탈퇴하고 쿠팡앱을 삭제했다고 인증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날 오후 트위터에서는 ‘쿠팡 탈퇴’가 실시간 트렌드가 되고 있으며, 고객들은 탈퇴를 인증하는 이미지 등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쿠팡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한 대응을 보면서 쌓여가던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이번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탈퇴라는 형태로 표출되는 분위기다.

쿠팡은 ‘로켓배송(익일배송)’이라는 빠른 배송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늘면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회사 운영 방식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물류센터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빠른 배송’을 강조하다 보니 물류센터 근무자들에게 지나친 노동을 강요한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분노가 커졌다.

[천지일보 이천=원민음 기자] 18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8
[천지일보 이천=원민음 기자] 18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8

앞서 쿠팡은 지난 2018년 물류센터 내부에서 화재가 의심되는 연기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을 대피시키기 보다는 근무지에서 이탈하지 말라고 현장 관리자가 지시한 적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이번 화재 현장에선 스프링클러 오작동을 막으려 스프링클러를 인위적으로 잠궜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덕평 물류센터 화재 사고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사측에 요구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물류센터에는 수많은 전기 장치가 설치된 데다 먼지까지 쌓여 화재 위험이 높은데도 쿠팡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거나 실행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작동이 많다는 이유로 꺼 둔 스프링클러 작동이 늦어지고,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정도 일찍 화재를 발견한 노동자가 있었지만, 쿠팡이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한 탓에 신고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화재와 노동자 안전에 대한 쿠팡의 안일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화재와 관련된 사과도 없이 사퇴를 발표한 창업자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17일 의장직과 등기이사에서 사임을 발표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화재 발생 5시간 뒤에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대형화재에 대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

쿠팡 측은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밝혔지만, 화재가 채 수습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내 직책 사퇴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게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쿠팡은 사건 발생 32시간이 지나서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불길로 인해 소방관 진입이 불가능했고, 구조대장이 실종된 상황까지 발생하고 나서 너무 뒤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나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 형식상 한국 쿠팡 경영에서 손을 뗀 만큼 김범석 창업자는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9일 오전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동식(52) 구조대장의 유해를 태운 구급차가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9일 오전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동식(52) 구조대장의 유해를 태운 구급차가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 202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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