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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집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집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는데 변화무쌍한 삶을 잘 반영하면 좋겠다.

건축물이 다양성을 반영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다양한 것을 담는다는 것은 한 가지에 집중 못 한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처마는 건축물의 그 어떤 요소보다도 다양한 사용성이 있다. 캐노피라고 불리기도 하는 처마는 비를 피할 수 있고, 햇볕을 차단하고, 그늘도 만들어 주고, 쉬는 공간도 제공한다. 천정의 일부를 유리로 마감하면 온실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작은 평수의 집에서 이것저것 만들기 어려울 텐데 넓은 지붕 같은 처마가 있으면 다양하게 사용하기 딱 좋다.

최근에는 많은 건축가들이 처마에 관심을 가지고 기능성 처마를 많이 적용하고 있다.

건축가 서경화의 하동에 있는 시가 되는 집은 휴식공간을 대표할 만한 처마를 설치했고, 건축가 김창균의 춘천주택에 설치한 처마는 조형미를 살려 집을 더 근사하게 하고, 집의 가치를 살리는 등 제대로 그 기능을 하고 있다.

처마가 마지못해 달아두는 장식적인 요소가 아니라 집을 돋보이고 쓸모 있게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건축 설계에 집중해 보면 좋겠다. 시공자나 건축사가 처리해야 할 가벼운 기술적인 것에 관심을 두기보다 10년 후 20년 후에도 후회 없는 집을 짓기 위한 넓은 시야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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