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7재보궐선거 참패로 내부 갈등을 겪는 가운데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도 당 진로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거 직전 서울시장 후보자에 대한 야권 통합을 이뤄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약속했던 합당을 서두르지 않고 뜸을 들이기 때문이다. 원내정당으로서 야권에 속한 양 정당 중에서 세력이 크고 의원수가 많은 국민의힘 중심의 ‘자강론’이 우세하다보니 합당 과정에서 양당의 동등한 입장을 견지하려는 ‘포용론’이 다소 밀리는 형세에 있다.

자강론 강경론자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면서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이끈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다. 그는 서울·부산시장선거에서 오세훈 후보, 박형준 후보가 여당 후보를 크게 이긴 것은 국민의힘의 공로로 유권자들이 제1야당을 밀어줬기 때문이라 굳게 믿고 있다. 그랬으니 김 전 위원장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을 위해 유세현장에서 열심히 도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4.7보궐선거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은 ‘야권의 승리’라는 말을 반박하면서 안 대표에게 맹비난을 퍼부었던 것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승리인데 어떻게 야권의 승리라는 그런 건방진 소리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인바, 그 근저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진정성 있는 야권 통합보다는 자신이 야권 대선 후보를 꿈꾸는 의욕이 앞선다는 나름대로의 판단이 있다. 그래서 안 대표를 저격하며 합당과정에서도 국민의힘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속내를 비친 것이다. 이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감정싸움과 비난전으로 옮아져가고 있는바,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리 없다. 한 당직자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30년 전 형사사건을 캐내 “범죄자 신분이었으니 쌓았던 공도 그렇게 크지 않다”며 “김 전 위원장의 안 대표 비난 발언은 국민에게 건방진 행동”이라고 맞받아쳤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안 대표에 대한 비난은 지나치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양당의 합당을 놓고 국민의힘에서는 우위를 점하는 전략으로, 국민의당에서는 대등한 입장을 확보하려는 선제적 공략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조속한 시일 내 합당을 성사시키고 전당대회를 열어 대표를 선출할 계획으로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에서는 느긋한 편으로, 혁신을 전제한 합당→야권 대통합→정권 교체 수순을 밟는 안 대표의 통합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야권은 이번 선거 압승을 발판으로 삼아 차기 대선 승리까지 바랄 것이다. 그러려면 야권 대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이다. 그 과정에서 조금의 말썽이 나지 않도록 양당은 협력적 분위기 속에서 혁신과 대통합을 성사시키고 유력 대권 주자를 앞세워 민심을 얻어야 야권이 바라는 정권을 되찾게 될 터. 국민의힘이 말로만 ‘이제 국민의 시간입니다’라고 하지 말고 국민의당과 제3지대에게 대의와 믿음을 보여줘야 만이 야권 대통합은 실제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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