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사고 재지정에서 취소 위기에 놓인 8곳 학교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재지정 탈락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사고 재지정에서 취소 위기에 놓인 8곳 학교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된 2019년 7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재지정 탈락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2

자사고 5개교, 1심 승소판결

헌법소원제기, 헌재판단주목

위헌판단시 고교서열화 재현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1심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자사고와 교육당국 간 법적공방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사고가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상태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단을 내릴 경우 고교서열화가 재현되는 게 아니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4일 법조계, 교육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이정민)는 전날 학교법인 동방문화학원·신일학원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자사고는 법정에서 “교육청이 평가 지표를 사전에 변경하고도 이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며 “평가 당시 새로운 평가 지표가 자사고에 불리하게 변경됐는데도 이를 학교 운영성과에 소급 적용한 것은 교육감의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교육청은 평가 항목과 변경 기준은 심사숙고돼 충분한 고지를 거친 것이라고 맞받아쳤지만, 법원이 서울시교육청 측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숭문고와 신일고는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전날까지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낸 자사고 10개교 중 5개교가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부산 해운대고는 작년 12월 가장 먼저 승소 판결을 받았고 지난달엔 서울 배재고·세화고가 승소했다. 전날엔 숭문고와 신일고가 승소했다.

◆자사고들, 지정취소 반발 소송제기

앞서 각 교육청들은 자사고를 상대로 운영 성과평가를 진행하고 점수 미달을 이유로 총 10개교에 대한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7월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교에 대한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자사고들은 ‘운영성과 평가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재지정 취소에 반발했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공방이 시작됐다. 교육청이 평가 전 일부 평가기준과 지표를 신설하거나 변경한 것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게 소송제기 이유였다.

이에 대해 배재고와 세화고의 손을 들어 준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서울시교육청이 평가 전 일부 평가기준과 지표를 신설하거나 변경한 것은 학교에 현저히 불리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점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청들이 항소의 뜻을 밝히면서 자사고 지정 취소 법정공방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 해운대고 판결과 관련해 부산시교육청이 항소의 뜻을 밝혔고 서울시교육청도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희연 교육감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2019 제2회 검정고시 합격증서 수여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희연 교육감. ⓒ천지일보

서울시교육청은 전날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는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며 “행정처분 과정에서도 아무런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법원은 교육청의 적법한 행정처분에 대해 배재고, 세화고 판결에 연이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판결문이 송달되는대로 법원의 판결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 후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행정의 영역에서 고도의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청의 적법한 행정처분이 사법부에 의해 부정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헌’ 나오면 자사고, 입시에 유리

해당 사안은 정부가 고교교육 정상화를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사고 일괄 전환’ 계획과도 맞물려 있어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9년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현 자사고들은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 일반고 지위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자사고·외고·국제고 25개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24곳은 해당 시행령 개정이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만일 헌재가 ‘위헌’ 판단을 내리며 자사고 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고교서열화가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위헌이 나오게 되면 2025년 이후에도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위가 유지된다. 현재 교육계에선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절대평가 등 성취평가제로 운영하는 고교학점제의 특성상 자사고가 대입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사고 재지정에서 취소 위기에 놓인 8곳 학교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재지정 탈락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사고 재지정에서 취소 위기에 놓인 8곳 학교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된 2019년 7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재지정 탈락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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