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1.03.23.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1.03.23.

이민걸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이규진 징역 1년6월 집유 3년

방창현·심상철은 무죄 선고

檢 “재판개입 첫 유죄 의의”

[천지일보=홍수영·원민음 기자] 사법농단 연루 의혹 법관들의 불패신화가 드디어 깨졌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전 상임위원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방창현 부장판사와 심상철 전 고법원장에겐 무죄가 선고됐다.

이 전 실장은 행정처가 강제 징용 사건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에 개입한 혐의, 법관 소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축소시킬 목적으로 연구회 중복가입을 금지하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을 불법 수집하고 옛 통진당 관련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심 전 법원장은 옛 통진당 의원들의 행정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 방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의 요구를 받고 자신이 담당하던 옛 통진당 의원들 사건의 선고 결과와 판결 이유를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 전 실장과 관련 먼저 임 전 차장의 목적이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주도하던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을 해소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인사모를 해소시키는 게 연구회 중복가입해소 조치를 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임 전 차장에 동의해 주무실장으로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채 중복가입 해소 조치를 공지를 게시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9.07.23.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출처: 뉴시스) 

아울러 “서울서부지법 공보·기획 판사에게 주심 판사를 통해 재판부 심증을 확인해 보고하라는 위법·부당한 지시를 했다”면서 “이는 재판사무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범행”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헌재 파견 판사에게 직무 범위에서 벗어나 헌재 사건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게 했고, 사법정책실 심의관에게 정당한 직무 범위에서 벗어나 재판독립에 반하는 위법·부당한 보고서를 3차례나 작성·보고하게 했다”고 꼬집었다.

또 “통진당 관련 행정소송에서 판사들에게 재판 독립에 반해 위법·부당하게 결정하게 하거나 끝내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했다”며 “국제인권법 전 회장이면서도 임 전 차장의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조치에 가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범행이 어느 것 하나 뺄 수 없이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이 개인적 이익을 추구한 것이 아닌 점, 이들 자신의 범행보다 임 전 차장과 박병대 전 처장 등 다른 인물의 역할이 더 컸던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사법농단 연루 법관에게 내려진 첫 유죄 선고다. 지금까지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14명의 전현직 법관 중 어느 누구도 유죄를 선고받지 않았다. 특히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2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아 법관 불패신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입장문을 내고 “사법행정권자의 위헌적인 재판 개입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유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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