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갓은 중국의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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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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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쓰지 마라(李下不整冠)’는 속담이 있다. 남의 의심 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갓은 옛 선비들의 표상이었다. 검은색을 흑립(黑笠)이라고 했는데 사류들이 일상 통행할 때 착용한 대표적 관모였다. 제일 소중하게 여겼으며 외출 시에는 꼭 쓰고 다녔다.

표해록(漂海錄)은 조선 성종 때 제주목 경차관이었던 최부(崔溥. 아호 錦南)의 중국 기행문이다. 부친상을 당한 최부는 배를 타고 고향으로 가던 중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게 된다.

중국 저장(浙江)성의 해변 마을에 닿은 그는 명나라 관리들을 만나 취조 받는 자리에서도 상립(喪笠)을 벗지 않았다.

“우리 풍속에는 친상을 당하면 3년간 시묘살이를 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는 나의 애끓는 괴로움을 이 상갓으로 달래고 있습니다.”

갓을 쓰려면 반드시 상투를 틀어야 한다. 조선 후기 단발령 때 유림들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상투를 자르지 않겠다고 저항한 것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철칙과 갓을 벗으면 체면을 잃는다는 전통적 권위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갓은 뿌리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中國)에서 가장 오래된 한나라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보면 ‘입(笠)은 더위와 비를 막는 데에 쓰인 것으로 조선인들이 쓴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중국 포탈인 바이두(百度)에도 갓을 한국의 고유한 유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구려 벽화에서도 갓의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즉 감신총(龕神塚) 벽화 속에 남자가 챙에 손을 대고 새를 쫒는 매를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 원성왕 조에는 ‘무늬가 없는 소박한 갓을 썼다(着素笠)’는 기록이 있다.

흑립이라는 용어가 처음 문헌에 등장하는 것은 고려 공민왕대부터라고 한다. 관리들의 품계에 따라 흑립을 관리의 관모로 제정했다는 것이다.

조선 초기에는 관리들이 눈비가 오는 날에 써야 하는 갓을 매일 쓰고 다녔다는 기록이 있다. 평상시 갓의 유행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한 것 같다. 태종실록 17년(1417AD) 12월의 기록을 보자.

-대소 관리는 아침 출근길에 눈비가 오는 날(雨雪日)이 아닌데도 입(笠)을 착용하는 자가 있어 편안하지 않다-

갓은 크기로 신분을 구분했다. 중인들의 갓은 챙이 작지만 지체 높은 영감이나 대감들의 갓은 챙이 컸다.

혜원 신윤복의 풍속도 ‘연당야유도(蓮塘野遊圖)’를 보면 지체 높은 양반들이 기생들과 연회를 벌이고 있는데 사대부들의 갓이 매우 크다. 조선 말 대원군은 낭비와 사치를 줄인다고 갓의 챙을 좁게 하라는 특명을 내리기까지 했다.

넷플릭스에서 ‘킹덤’을 본 외국인들이 한국 갓의 매력에 꽂혔다고 한다.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뮤직비디오에서 무용수들은 머리에 전통 갓을 쓰고 힙(hip) 춤을 춰 세계인들에게 강열한 인상을 남겼다. 해외 패션쇼에서도 갓을 쓴 남녀 모델들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최근에 중국이 김치에 이어 ‘갓’도 자기네 유산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영어판 구글 사이트를 검색하면 한복, 갓 등 우리의 문화·역사 관련 정보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바이두에도 한국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을 억지 쓰는 것이다. 고구려 역사, 김치, 갓도 지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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