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민주 “국민과 당원 뜻 존중키로”
친문 지지층 등 당내 반발 커

李, 중도층 외연 확장 위한 포석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새해 첫날부터 꺼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둘러싼 파장이 만만치 않다. 사면론 찬반을 놓고 여야는 뜨거운 논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야 하는 등의 과제를 뛰어넘어 이 대표가 꺼낸 사면론 카드가 소기의 성과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3일 비공개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향후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종료 직후 “이 대표의 발언은 국민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했다”며 “우리는 촛불정신을 받들어 개혁과 통합을 함께 추진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로써 민주당은 권리당원 투표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코로나 위기라는 국난을 극복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면서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당면한 급선무”라며 “급선무를 해결하는 데 국민의 모아진 힘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국민통합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오랜 충정을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반대를 예상하면서도 이 대표가 꺼낸 사면론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이 대표와 여권이 처한 상황을 놓고 봤을 때 그 배경을 유추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진영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인데, 이 대표는 사회통합을 이루지 않고서는 향후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여권은 각종 국정운영의 난맥상에 직면한 상태다. 코로나19 방역 논란, 부동산 정책 논란, 추미애-윤석열 갈등, 민생경제 회복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하다. 이런 각종 국정운영의 난맥상은 고스란히 여권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은 ‘콘크리트’ 40%대가 무너진 데다 부정평가도 취임 이후 최고치를 찍는 흐름이다.

오는 4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여권은 ‘정권 심판론’이 새해 벽두 민심으로 두드러졌다는 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권 안정론’보다 ‘정권 심판론’이 우세하다는 수치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면서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

이 대표의 지지율 역시 15~16%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뒤지는 흐름이어서 지지율 상승을 위한 돌파구가 절실하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신축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1.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신축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1.1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사면론을 띄웠지만,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을 얻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어서다. 사면권을 가진 문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도 지켜봐야 한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최근 문 대통령과의 독대 회동에서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눈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승부수가 성공할 경우,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친문(친문재인) 의원과 지지층 등의 반발에 막혀 사면론이 무산된다면, 이 대표의 대권 행보에 치명타를 줄 수밖에 없다.

실제 사면론에 대한 당내 반발이 적지 않다. 민주당 초선들까지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수진 의원(동작을)은 “그동안 개혁을 이루고자 일터와 광화문 광장, SNS에서 밝혀졌던 촛불의 가슴들이 사면을 얘기하고 용서를 얘기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면서 사면론을 반대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도 “당을 대변하지 못하는 당 대표는 필요 없다” 등의 비난성 글이 쇄도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향후 여론 향배를 볼 것이다. 문 대통령도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이 대표는 반전 카드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른바 ‘통합의 리더십’을 내세우기 위해 사면론을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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