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으로 중도층 지지율 견인 노린 듯
우리공화당 제외하고 시큰둥한 반응
청와대와 사전 교감 여부도 관심사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신축년 새해 시작부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화합 강조를 통한 중도층 외연 확장으로 지지율을 회복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1일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로,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당내 공식 논의를 거치지 않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이 대표가 중도층을 겨냥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당내 의원들과 친문 지지층이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은 해결과제다. 당의 지지자들의 의견도 확연히 갈리는 모양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글에도 이 대표를 비판하는 의견과 발언의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주자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이 대표가 중도층 외연 확장을 통해 지지율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주장이 나온다.
새해를 맞아 진행된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이 대표의 ‘3강 구도’가 뚜렷해졌다. 여권 주자만 놓고 보면 이 대표가 이 지사를 오차범위 안팎에서 추격하는 구도다. 이 대표의 마음이 급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이 대표의 사면론에 대해 정작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우리공화당을 제외한 보수 야권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사면론 논의에 힘이 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이 대표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건의와 형집행 정지는 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도 “국민 보여주기식, 위기탈출 해법으로 정치적 쇼가 아닌 불법 탄핵의 잘못을 시인하고 지금이라도 즉시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재‧보궐) 선거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사면에 찬성 의견을 보이고는 있지만, 대다수는 사태를 관망하며 의견을 보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도 이 대표의 사면 건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공식 반응을 삼가고 있다. 다만, 청와대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물밑 교감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의 입장에서도 이미 추-윤 갈등으로 국민에 사과를 한 문 대통령이 다시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상황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지지율을 역전당한 이 대표가 중도층을 잡기 위해 새해부터 화합을 강조한 모양새지만 떠나간 민심이 돌아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민주당 대표직에 당선된 것은 ‘독이 든 성배’를 마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당 대표 취임 이후 친문 세력의 눈치를 보면서 부동산 3법‧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을 처리했지만 당 지지율 등은 연일 하락하는 추세다.
아울러 당헌‧당규를 바꿔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지만, 부산은 물론 서울시장에서도 승리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가 정부‧여당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이 대표의 대선 가도를 탄탄히 다지기 위한 당 대표직 수행이 역효과가 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새해부터 제시한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악재를 해결하고 대선 주자 1위를 탈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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