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지리산 실상사 생태 뒷간
[환경칼럼] 지리산 실상사 생태 뒷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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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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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가거들랑 실상사에 들르세요, 실상사 들렀거든 생태 뒷간 꼭 사용해보세요. 생태 뒷간의 참멋은 큰 거예요.” 단언컨대 지리산 실상사 생태 뒷간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화장실이다.

지리산 실상사에는 국보, 보물도 많고 전해오는 이야기도 많다. 선종 구산선문 중 첫째로 개산한 절이요, 보광전 동종, 약사전 철불, 보광전 앞마당의 삼층석탑과 석등, 도선국사의 창건 설화, 풍수지리 이야기 등등 수많은 보물과 숱한 역사문화적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실상사가 좋은 이유는 그럼에도 검소하고 소박하다는 점이다. 수많은 보물과 숱한 스토리텔링이 있지만 서로 다투지 않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그야말로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를 구현하고 있다.

지리산 실상사는 신라 구산선문 중 처음으로 문을 연 사찰이다. 천왕봉을 바라보며 지리산 여러 봉우리를 꽃잎으로 삼은 꽃밥의 자리에 앉은 실상사는 여느 지리산 자락의 산사와 달리 평지에 들어서 있어 분위기가 색다르다. 사역을 따라 담장을 낮게 두르고 담 안쪽으로 키 큰 나무들을 둘러 세운 풍광은 푸근하고 고즈넉하다. 실상사에는 유독 일본과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실상사 본당인 보광전 안에는 범종이 하나 있는데 종 치는 자리에 일본의 지도 비슷한 무늬가 그려져 있다. 이 종을 치면 일본이 망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실상사에는 일본과 관련된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한다. 현재의 실상사 약사전 자리에 절을 세우지 않으면 나라의 정기가 일본으로 건너가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절을 건립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약사전에 봉안돼 있는 철조여래좌상은 대좌가 아닌 흙바닥에 앉아 있다. 일본으로 흘러가는 땅의 기운을 막기 위해 도선국사의 풍수지리설에 따라 일부러 맨땅에 불상을 세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4천 근이나 되는 철을 들여 만든 높이 2.7m의 거대한 철불은 두 발을 양 무릎 위에 올려놓은 완전한 결가부좌의 자세를 취하고 꼿꼿하게 앉아 동남쪽에 있는 천왕봉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실상사는 지리산 생명평화연대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상사의 회주인 도법스님은 이명박 정권이 사대강을 파헤치고 한반도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했을 때 삼보일배 생명평화운동을 펼친 분으로 유명하다. 도법스님과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다. 노동자 시인으로 유명한 박노해 시인이 복역 후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시집을 출간하고 스님을 찾아뵈는데 그때 시집을 받으신 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사람만이 문젠데’라고 한마디 하셨다고 한다. 사람이 먼저이고, 사람만이 희망이기도 하겠지만 뭇 생명의 시선에서 보면 또 사람만이 문제이기도 한 통렬한 자아성찰의 변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지금 실상사는 과거 찬란했던 역사속의 천년고찰이 아닌 현재 우리 삶의 평화와 생명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휴식과 평화가 있는 힐링과 여백의 터, 자연과 뭇 생명의 공생과 공존, 순환과 소통이 있는 인드라 망을 실천하고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래서 실상사에는 자연의 계절 소리를 모아놓은 소리 박물관도 있고, 느티나무 그네도 있으며, 대숲 속의 명상 공간도, 부처님 목탑 자리에는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노란 리본도 놓여 있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개중에 으뜸은 실상사 생태 뒷간이 아닐까. 경내 한 켠에 다소곳이 위치한 실상사 생태 뒷간에 들어서면 우선 무색무향에 놀라게 된다. 뒷간 특유의 암모니아 독향이 전혀 없다.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도 냄새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는데 이 뒷간은 재래식, 일명 푸세식임에도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또한 재래식 화장실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인 더러움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야말로 무색무향의 뒷간이다.

물 대신 톱밥으로 뒤처리를 해 냄새를 잡고 청결을 유지하는 동시에 배설물은 발효시켜 퇴비로 사용하는 자원 절약과 자원 재생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생태적 순환의 원리가 구현되고 있는 말 그대로 생태 뒷간이다.

더 기막힌 점은 뒷간에 쭈그리고 앉아 볼일을 볼 때 앉은 키 눈높이로 바깥 풍경이 보이게끔 조그마한 네모난 문 없는 창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놀랍게도 그 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바로 지리산 천왕봉이다.

스님 목탁 소리 들으며 뒷간에서 엉덩이 까고 똥 누면서 천왕봉을 바라본다는 걸 상상해보라. 실상사 생태 뒷간에 가면 상상이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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