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생명 평화 공생의 낙동강 트레일
[환경칼럼] 생명 평화 공생의 낙동강 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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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낙동강은 525.15㎞로 남한에서는 제일 긴 강이다. 총유역면적은 남한면적의 4분의 1, 영남면적의 4분의 3에 해당한다. 태백에서 발원한 본류는 안동을 지나 내성천과 영강을 합류한 뒤 상주와 선산에 이르러 위천과 감천을 합하고 다시 대구에서 금호강과 합류한다. 경상남도에 접어들면서 황강과 남강을 합한 뒤 동류하다가, 삼랑진 부근에서 밀양강을 합친 뒤 남쪽으로 유로를 전환해 부산의 서쪽 다대포로 흘러든다. 흔히 낙동강 1300리라 함은 태백에서 부산 하구언까지를 일컫는 말이고, 낙동강 700리 하면 삼강나루 아래 상주에서 하구언까지를 이르는 말이다.

‘동국여지승람’에는 낙수(洛水)로 표기돼 있으며 ‘택리지’에는 낙동강으로 돼 있다. 본래 낙동이란 가락의 동쪽이라는 데에서 유래됐다 한다. 영남지방의 거의 전역을 휘돌아 남해로 들어가는 낙동강은 가야와 신라 천년간의 민족의 애환과 정서가 서려 있고, 임진왜란과 6.25전쟁의 비극을 간직하고 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영남인들의 삶의 젖줄이 돼 왔다.

그런데 이 낙동강이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한반도 대운하라는 기상천외한 토건 개발의 먹잇감이 돼 오장육부가 다 뒤집히고 물길이 끊기는 참변을 당했다. 흐르는 강을 막고 배를 띄워 산을 넘어 가려고 했으니 기상천외한 발상 이상이었다. 다행히 국민적 저항에 막혀 운하는 백지화됐지만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만 바뀐 삽질 공사를 강행해 결국 낙동강은 숨통이 끊기고 말았다. 아직도 이 끊어진 물길이 온전히 복원되지 못하고 있으니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일찍이 낙동강의 물길을 잇고 생명을 잇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 숨 쉴 ‘생명 평화 공생의 낙동강’을 목표로 낙동강 트레일이 개척됐다. 원시자연의 비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강물 곁에서 길을 걷고 생명을 느끼며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자는 취지에서였다. 부산의 풀뿌리 시민환경단체인 낙동강공동체의 김상화 대표를 필두로 낙동강네트워크와 생명그물의 이준경, 최대현 등 지역 환경운동가들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이렇게 해서 낙동강 1300리 물길 따라 걷는 낙동강 트레일이 완성됐다.

낙동강은 크게 상류, 중류, 하류 이렇게 세 유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낙동강 트레일 또한 이 구분에 맞춰 기획돼 있다. 처음엔 잊었던 길을 찾아내고, 자취가 끊긴 길을 잇고, 없던 길을 만들기도 하며 개척했던 강길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돼 명품 트레킹 코스로 이름을 날리고 있기도 하다. 특히 상류 유역인 태백에서 안동까지의 트레킹 코스는 경관이 수려하고 역사문화유산이 풍부한 곳으로 많은 이들이 즐겨 찾고 있다.

상류 구간의 첫 코스는 태백선 협곡열차와 연결된 ‘낙동강 세 평 하늘길’이다. 낙동강 세 평 하늘길은 백두대간 협곡열차와 함께하는 특별한 청정 트레킹으로 ‘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 승부역에서 내려 시원한 산바람, 강바람을 따라, 계곡을 따라 걸으며 자연을 몸으로 느끼고, 마음의 여유를 찾는 최고의 힐링 구간이다. 낙동강 상류의 두 번째 코스는 ‘봉화 이나리길’이다. 삼동치 범바위에서 출발해 명호마을의 이나리 강변을 지나 청량산 입구까지의 강변 협곡 오솔길 트레킹 로드이다. 층층이 부서질 듯 쌓인 돌 병풍으로 둘러쳐진 이나리길의 협곡은 강과 절묘하게 어울려 우리 산하의 원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낙동강 상류의 세 번째 코스는 ‘퇴계 예던 길’이다. 예던은 ‘가던’ ‘다니던’의 뜻이 담겨 있다. 이 길은 퇴계가 숙부로부터 학문을 배우기 위해 청량산으로 가면서 처음 걸었던 길이다. 강과 산 그리고 길이 한 폭의 그림으로 어우러져, 이 길을 따라 걷노라면 사람도 그림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도산십이곡의 배경이기도 한 예던 길가에는 고산정과 농암종택이 한 폭의 산수화로 펼쳐져 있다.

최근 ‘슬로우’ ‘천천히’ ‘느림’을 앞에 단 여행이 인기를 얻고 있다. 세상은 날이 갈수록 빠른 것을 선호하는데 다행히 여행에서만큼은 느림도 대중적 관심을 받는다. 그만큼 각박하고 숨 돌릴 틈 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은 이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사람들은 저마다 본디 걷는 속도가 다르다. 하지만 좁은 인도에서 사람들 사이에 끼어 걷고, 자동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도시인은 자신만의 걸음을 잊고 산다. 마치 인간이 자연에서 왔다는 사실을 잊은 지 오래인 것처럼.

도시의 사람들은 깜박이는 신호등 앞에서, 지하철 도착 알림음이 들리는 계단에서, 닫히는 엘리베이터 옆 버튼을 앞두고 늘 쫓기고 서두른다. 이 모든 것이 느긋하게 걷질 못하게 만드는 몹쓸 세상 때문이다. 자신의 편안한 걸음은 남이 잘 모른다. 자기 자신만 알뿐. 그 본 걸음걸이를 찾아 떠나는 여행, 생명과 평화, 공생의 강길이 바로 낙동강 트레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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