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해 한국도 2050년 온실가스 순(純)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다.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0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최대한 억제하고 일부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다른 방법으로 흡수한다는, 이른바 넷 제로(Net Zero)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탄소 중립은 국제적인 흐름으로 이미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전 세계 70여개 국가가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30여개 국가가 이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얼마 전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고, 일본도 최근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이미 세계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렇듯 온실가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는 중이다.

탄소 중립을 향한 국제사회의 구체적 추진 계획을 살펴보면 현재 6개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법제화했고 유럽연합과 16개 국가가 법제화를 추진 중이거나 정부 정책으로 공식화한 상황이다. 유럽은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 중이며,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탄소국경세는 물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 사회의 요구는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언은 이러한 시대적 추세에 호응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라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문 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에 한국의 적극 동참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산업계가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탄소 중립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후 위기 때문이다. 전 지구적으로 폭염과 산불, 태풍·허리케인 피해가 늘어나고 있고,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기온은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워밍(지구 온난화)’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 아래로 묶어야 하는데, 이미 1도가 상승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으로 유지해야 하지만, 이미 410ppm에 이르렀다. 그래서 2018년 열린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 달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목표를 세웠다고 해서 온실가스 넷 제로 달성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향후 30년 동안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빈틈없는 계획이 필요하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조정, OECD 최하위인 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비중확대, 탄소 다배출 산업 전환 등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새로운 계획을 정교하게 수립해야 한다. 빠른 시일 내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발전부문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과 수송, 건물 등 다양한 분야의 로드맵이 설계돼야 한다. 특히 2030년 이전에는 탈석탄과 탈내연기관을 완료할 수 있는 계획이 제시돼야만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다. 

이번 발표가 말뿐이 아닌 실천이 되기 위해서는 연말 유엔에 제출 예정인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 온실가스 배출 목표에 오늘 대통령이 발표한 비전이 반영되고, 탄소중립 목표를 구체화할 수 있는 로드맵 수립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에서 정한 5억 3600만톤의 감축 목표치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또 온실가스 흡수원인 생태계 복원과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 도시공간의 녹색 전환 등 산적한 과제 해결을 위해 그린뉴딜에 공공재정을 더 투입해야 한다.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은 기후위기에 맞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제시하는 의미 있는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행동과 실천으로 탄소 제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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