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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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사유리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발적 비혼모’가 된 것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사유리는 지난 4일 일본에서 3.2kg의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사유리는 자신이 엄마가 된 게 “꿈이 아닐까”라고 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고 고백했다. 사유리는 결혼을 하지 않아 일본의 한 정자은행에 보관돼 있던 이름 모를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했다.

사유리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까지 가서 출산한 속내를 털어놨다. 사유리는 생리불순으로 한국의 한 산부인과에 갔지만 난소 나이가 48살이라 자연 임신이 어렵다는 사실상 ‘출산 불가 선고’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에게 정자를 기증해 주는 병원이 없어 일본으로 건너가 아이를 갖게 됐다고 밝힌 사유리는 한국에선 결혼하는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고 그 외에는 불법이라는 사회적 환경도 전했다.

더불어, 사유리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요즘 낙태 인정하라 있었잖아요. 근데 그거를 거꾸로 생각하면 아기를 낳는 것을 인정해라 하고 싶어요. 낙태하라 만이 아니라 아기를 낳는 것도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젠더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증폭되고 있는 요즘, 비혼모라는 용어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비혼모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표출되고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 사유리가 사회적 차가운 시선을 깨고 ‘자발적 비혼모’를 세상에 알린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지난 5월 tvN 수목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에선 이미 비혼 가족을 통해 다양한 가족 유형을 제시했다. 인공수정과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출산은 여성의 몸과 직접 관련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기보다는 가족이나 부부 관계의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 마이 베이비’ 속 여주인공도 사유리처럼 엄마가 되기를 스스로 결심하고 비혼모의 길을 보여준다. 드라마 여주인공 장하리도 ‘자발적 비혼모 되기’를 결심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미혼 여성은 합법적으로 기관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을 수 없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비혼모는 10%가 안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비혼모 등 한부모 가정에 대한 양육비 지원을 강화했지만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미혼여성도 크게 늘었다. 미혼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하는 건 사실상 국내에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지하는 규정은 없지만 이런 시술을 하는 병원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혼 여성의 임신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의지, 체력과 경제 능력이 있다면 결혼제도가 꼭 아니더라도 추후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출산정책은 결혼을 전제로 하는 혜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으로도 제2의, 제3의 사유리가 나올 수 있다. 결혼이 늦어지고 비혼족이 증가하는 시점에 이제는 다양한 해법을 모색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좀 더 유연한 사고 확대와 비혼모들을 위한 정책 개선으로 그들의 울림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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