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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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 전력이란 어떤 것일까. 적의 강점을 회피하면서 취약점을 최대한 공격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력 또는 상대방이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상대방보다 월등하게 많이 보유한 능력을 비대칭 전력이라고 칭한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군사력은 북한에 비해서 엄청난 열세라고 표현하고 있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보고서를 번역, 보도한 기사들에는 댓글이 수천 개씩 달리고 있다. 댓글 대부분은 ‘도대체 우리나라 국방비가 얼마인데 북한보다 열세인가?’라는 대한민국 정부를 향한 질타와 헤리티지재단의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정말 보고서 말대로 남한 전력이 북한에 열세일까.

보고서의 핵심은 장갑차와 헬기 빼고 우리가 모두 북한보다 열세라고 하는데 과연 맞는 말인가. 현재 한국의 전투병은 북한 119만명의 54%인 63만명이다. 예비군 병력도 한국 320만명으로 북한 770만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전투기, 탱크, 해군 전함, 잠수함, 수송함 등 모든 항목에서 북한보다 열세라고 나와 있다. 한국이 북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장갑차와 헬리콥터 딱 2개 항목뿐이었다. 지난 10월 10일 북한은 노동당 창당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ICBM과 SLBM을 공개해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나 북한군에는 이와 같은 전략무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비대칭 전력은 기상천외한 행태로 발전하고 있다. 북한이 남포항 부근에서 군사적 용도로 돌고래를 훈련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군사전문 매체인 미 해군연구소(USNI) 뉴스가 12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사진을 판독한 결과 해군기지가 있는 남포항에 위치한 조선소와 석탄 부두 부근 해상에서 돌고래용 우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바다 위 우리가 양어장일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과 러시아가 이미 오래전부터 군사적 용도로 해양 포유동물을 훈련해온 시설과 비교하면 돌고래용 우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해군 기지에서 돌고래와 바다사자를 조련하고 있으며, 이미 걸프해역(페르시아만) 등에 실전 배치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북극과 흑해에 위치한 해군 기지에서 벨루가, 돌고래, 바다표범 등 다양한 해양포유류 동물을 훈련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북한이 군사적 용도로 돌고래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속해서 추진 중인 해군 현대화 작업의 일환이라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돌고래는 해상에서 다양한 군사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해저에서 지뢰나 이미 사용된 훈련용 어뢰를 찾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케이블이나 수중 음파 탐지 장치 유지 보수에도 유용하다. 또 해군 기지 파괴를 노리고 침투한 적 해군 잠수사를 빠르게 포착해 아군에게 알리는 임무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와 같은 돌고래부대 양성을 외면할 리 만무하다. 북한군은 지금껏 승마부대, 스키부대, 자전거 부대 등 현대전에서 재래식 기동력을 발휘하는 비대칭 전력에 절치부심해 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군의 전력은 1970년대 초반 정점을 찍은 후 여태껏 내리막길을 줄달음쳐 왔다. 경제력의 몰락과 함께 군사력도 마찬가지의 하강점을 향해 곤두박질 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군력은 지금껏 북한이 한국군을 앞서 본 적이 없다. 미군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즉 ‘돌고래 부대’를 조직해 우리의 첨단 해군력에 대응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육지에서는 사람이 싸우지만 바다에서는 장비가 싸운다. 물론 공중에서도 마찬가지다. 돌고래의 총명성은 입증되고도 남았다. 북한은 평양의 돌고래(북한은 돌고래를 곱등어라고 부른다)쇼장을 주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차제에 돌고래의 번식기술까지 도입해 서해상에서 비대칭 전력으로 훈련시키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마 비용 면에서는 말을 키워 전력을 유지하는 승마부대보다 저비용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저비용이라면 무조건 선호하는 나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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