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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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성대히 치르자마자 `80일 전투'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10월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벌이기로 결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또한 이 회의에서는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총괄하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에게 원수 칭호를 부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9차 정치국 회의가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회의에서는 첫째 의정으로 전당, 전국, 전민이 80일 전투를 힘있게 벌여 당 제8차 대회를 빛나 맞이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10월 6일 보도했다.

이번 전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세 번째 대중 총동원으로 연말까지 미흡한 경제성과를 채우는 데 목표가 있다. 하지만 노동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데도 북한은 `전투' 방식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북한이 평소에도 ‘모내기 전투’ ‘풀베기 전투’ 등 상당히 격한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것은 결국 전체주의 체제의 생산독려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6.25 남침 전쟁을 통해 남조선 해방은커녕 북한 전체를 잃을 뻔한 북한 인민들에게 `전투’의 의미는 크며, 심지어 상당한 트라우마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100일 전투’니 `70일 전투’니 하는 용어는 김정일 시대 태동과 맥을 함께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김정일은 후계자로의 지명을 앞둔 1971년 <70일 전투>를 발기하게 되는데 이것은 노동당이 제시한 인민경제계획이 미완성될 것 같자 발기하게 된 첫 전투라고 할 수 있다. 그 뒤부터 오늘의 80일 전투까지 북한은 총 13차례의 전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때의 전투는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을 때인 만큼 전투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사정이 다르다. 사실 오늘날 북한은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장기적인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태풍 피해까지 겹치는 삼중고 속에서 내년 당 8차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르기도 쉽지 않자 초고속 성과를 내기 위해 다시 한번 `80일 전투'라는 노력동원운동을 추진키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시작부터 그때와 방식이 다르다. 당 정치국은 “전당, 전국, 전민을 80일 전투에 총궐기시키기 위하여 전투적 구호를 제정하고 전당의 당 조직들과 당원들에게 당 중앙위원회 편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치국 회의에서는 “당 제8차 대회까지는 80여 일 남아있다”며 “남은 기간은 올해 연말 전투기간인 동시에 당 제7차 대회가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의 마지막 계선인 만큼 전당적, 전 국가적으로 다시 한번 총돌격전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그 집행은 불투명하며 대관절 어느 단위, 어느 분야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도 불분명하다.

북한이 경제적 성과를 거두려면 내각이 제 구실을 해야 한다. 사실 북한의 내각은 노동당의 정책을 실천하는 경제 집행기관이다. 경제발전을 세우고 집행하는 것은 내각의 임무인데, 그래서 북한은 간혹 내각 총리를 경제총사령관이라고 호칭하고 있다. 문제는 과연 이 경제총사령관의 권한과 힘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문제가 항상 말밥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즉 총사령관이 가진 권한은 전무하고 책임만 따르다보니 당 최고 책임자는 한 번도 안 바뀌고 내각 총리만 자주 바꾼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5일 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 80일 전투가 발기되자 곧이어 10월 19일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진행되었다. 회의에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내각 총리인 김덕훈을 비롯한 내각성원들이 참가하였다. 또 내각직속기관 책임일군들, 도·시·군 인민위원회 위원장들, 도 농촌경리위원회 위원장들, 시·군 협동농장경영위원회 위원장들, 주요 공장, 기업소 지배인들이 방청으로 참가하였는데 회의는 화상회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가장 힘없는 자들이 모여 80일 전투 관철을 앵무새처럼 외치니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건 사회주의도 아니고, 자본주의는 더더욱 아닌 북한 경제가 철지난 ‘전투타령’만 부르고 있으니 북한 인민들은 언제 허리띠를 풀어놓고 마음껏 배부르게 먹어보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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