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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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한은 3차 고난의 행군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제1차 고난의 행군은 1938년 김일성의 빨치산부대가 겪었다는 항일투쟁 시기 고난의 행군이요, 제2차 고난의 행군은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부터 북한 사회주의가 무너져 내리는 7〜8년의 고난의 행군이었다. 제2차 고난의 행군의 주인공은 누구였는가? 바로 북한 인민들이었다.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을 안고 김일성 김정일 정권에 충성해온 북한 인민들은 갑자기 닥쳐온 사회주의 몰락의 대재앙 앞에 속수무책이었고, 사방에 시체가 나뒹굴고 꽃제비가 몰려다니는 참상 앞에 그저 한탄과 눈물만 쏟았을 뿐이었다. 심지어 제2차 고난의 행군은 수만명의 탈북자 행렬을 탄생시킨 비극의 나날이었다.

오늘 엄습해 오는 제3차 고난의 행군 그 주역은 누구인가. 바로 평양정권이다. 왜 김정은이 두문불출하고 그 여동생이 나서 정권기관들을 들볶고 있는가. 바로 자신들의 운명을 그 자신들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2차 고난의 행군기에 북한을 버린 3만여 탈북민들은 대한민국에 무사히 안착했다. 굶어죽고 병들어 죽은 북한 인민들의 영혼은 아직 달래주지 못했으나 그럭저럭 장마당 경제에 익숙한 북한 인민들의 끈질긴 생명력 연장 노력은 북한을 장마당의 나라로 전변시키지 않았는가. 그런데 현재 북한 정권은 어떤 절벽에 서 있는가.

북한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을 나날이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일 ‘초특급 비상방역’ 조치를 내려 외부와의 접촉이 더욱 어렵게 됐다. 김정은이 한 달에 한 번 이상의 정치국회의를 소집해 코로나 방역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북한 경제는 쌀값이 오르고 환율이 급변하는 등 불길한 징후가 노골화 되고 있다. 지난달 11월 27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북한이 경제난이 심한데도 과도한 코로나19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지원한 10만t의 식량을 들여가지 않고 있으며 지난 10월 말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하는 한편 심지어는 바닷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오염된 것을 겁내서 고기잡이와 소금 생산마저 중단하는 등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을 연출하고 있다.

북한 정보에 밝은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함경북도 청진시와 양강도 장마당에서 쌀값이 ㎏당 8000원까지 올라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불과 보름 전까지도 3200~4300원 하던 것이 거의 두 배로 뛴 격이다.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도 양강도 혜산시에서 쌀값이 5700원까지 올랐다가 당국이 개입해 12월 1일에는 4700원으로 다시 하락했지만, 도매상들이 식량을 사들이기만 하고 유통을 하지 않아 시장에서 쌀을 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쌀값만 폭등하는 게 아니다.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중국에서의 물자 반입이 크게 줄면서 조미료는 연초 ㎏당 1만 6500원에서 7만 5900원으로, 설탕은 6000원대에서 2만 7800원으로 뛰었다고 한다. 여기 환율도 덩달아 널뛰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원화가 10월 23일 1달러당 8170원에서, 지난달 12일 6500원으로 20.4%가 떨어졌고, 중국 1위안도 1225원에서 890원으로 27.3% 하락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북한 원화의 급등은 크게 이례적인 현상으로 경제난이 심해지면 외화가 부족해지고 따라서 외화가 급등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북한의 최근 환율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쌀값과 주요 생필품 가격의 폭등, 환율의 급락 등으로 북한 경제가 급속하게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심지어 일부 북한 소식통들은 식량을 구하지 못해 굶어 죽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100여만명이 굶어 죽었다는 1990년대 끔찍했던 ‘고난의 행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악몽이다. 이 같은 악조건에서 내년 1월 과연 조선노동당이 제8차 당대회를 개최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다. 당 대회는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을 제시하는 북한 정치의 최고 이벤트인데 현 상황에서 무슨 전략을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여기에 북한 체제의 한 줄기 희망인 북미관계 개선도 안개 속을 배회하고 있다. 과연 김정은 정권이 당면한 고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지 암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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