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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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 민간 공무원 사살행위에 대해 또 횡설수설 반박문을 내놓아 국민들의 분노를 끓게 하고 있다. 아직도 자신들이 총을 발사해 사살해 놓고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우겨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1차 책임이 남측에 있는데도 ‘국민의 힘’을 비롯한 남측 보수 세력이 ‘국제적 반북 모략’의 기회로 삼고 있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일종의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에서 공론화 조짐이 일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언급한 ‘평양’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해수부 공무원 피격을 “남조선(남한) 전역을 휩쓰는 악성 바이러스로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위험천만한 시기에 예민한 열점수역에서 자기 측 주민을 제대로 관리·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라며 “응당 불행한 사건을 초래한 남측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쪽에서 우리를 비방·중상하는 갖은 악담이 도를 넘고 이 사건을 국제적인 반공화국 모략 소동으로 몰아가려는 위험천만한 움직임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심각한 현실은 우리가 지금껏 견지해온 아량과 선의의 한계점을 또다시 흔들어놓고 있다”고 반발했다. 북한은 특히 “동족 대결의식이 뼛속까지 들어찬 ‘국민의 힘’을 비롯한 남조선의 보수 세력”이라고 언급한 뒤, 이들을 향해 “만행이니, 인권 유린이니 하고 동족을 마구 헐뜯는 데 피눈이 되어 날뛰는가 하면 이번 사건을 저들의 더러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회로 만들기 위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분주탕을 피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가 아닌가. 북한의 억지 주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을 끈다. 우리 측이 그 민간인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 첫째요, 이번 사건을 정전협정의 원칙에서 다루었다는 것이 두 번째다. 아니 수 백 톤의 선박이 망망대해에 떠 있고, 그 공무원은 바다를 잘 아는 해양 전문가인데 뭐 그에게 수갑이라도 채워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국방부의 발표 중 그가 월북했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감청장비에 ‘월북’이라는 용어가 잡혔다고 하기에 언급하는 것이다. 그가 왜 북한 구역으로 헤엄쳐 갔는지는 본인과 그에게 해상 심문한 북한군만이 알고 있다.

아마도 처음 북한은 무조건 그에게 다시 돌아가라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30여 킬로미터 이상을 헤엄쳐 거기까지 간 그에게 되돌아가란 말은 그 자리에서 죽으란 말과 똑같다. 얼떨결에 그는 “나는 월북자다”라고 말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단 구조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그에게 총격을 퍼부어 사살했다. 두 번째 정전협정 운운하는 북한의 주장도 말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1994년 정전체제에서 탈퇴해 이른바 조선인민군판문점위원회란 이상한 시스템을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해상에 불쑥 나타난 비무장의 민간인일 경우 무조건 구조부터 하고 봐야 한다.

그가 한국말을 사용하는 대한민국 민간인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잔인하게 쏘아 죽인다는 것은 북한 체제가 얼마나 인권에 대해 무지막지하고 한심한지를 만천하에 광고한 대살인 행위가 아니고 그 무엇이란 말인가? 이 사건에 대해 유엔(UN)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마저 북한의 우리나라 공무원 사살에 대해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0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적 위기 상황에 처했더라도 발견 즉시 사살 정책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는 국제인권법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인권법에 모든 정부가 비상 상황에도 적절한 수단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실종 공무원을 즉각 사살하기보다 격리하는 것이 정전협정 상태에서 북한군이 취했어야 하는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문제는 남북한이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중대한 사건의 발생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유가족에게 해당 공무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먼저 사살경위부터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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