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드루킹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항소심 “시연회 봤다” 판단

공직선거법 관련 혐의 무죄

보석취소·법정구속은 안 해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포털사이트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는 6일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 지사는 이른바 ‘드루킹’으로 불리는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등을 위해 댓글 자동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활용해 온라인상에서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를 받는다.

김 지사는 또 드루킹의 조직 경제적공진화를위한모임(경공모) 회원 ‘아보카’ 도모 변호사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주는 대가로 대선 이후 이듬해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이어가기로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받는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611 온라인정보보고’라는 문서가 존재하며, 해당 문서 안에 ‘댓글 순위 조작을 위한 킹크랩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이 담겨 있었고, 이러한 내용을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제적공진화를위한모임(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했을 당시 브리핑을 통해 보고받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해당 보고 문서 안에 킹크랩의 기능, 개발 현황, 최종 목표 성능치 등을 상세히 소개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지사가 머무르던 중 킹크랩 프로토타입이 구동한 로그기록이 존재해 시연이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했다.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재판부는 ‘드루킹’ 김씨로 하여금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범행 결의를 유지·강화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 특검 측이 선거운동 관련 모든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벗어난다”면서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유리한 행위를 해달라고 한 정도로는 유죄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정 구속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공직선거법에 무죄를 선고하는데 피고인의 보석을 취소할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지사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이후 김 지사는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지난 9월 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공모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공판 과정 심리를 이어온 결과,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과정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반면 김 지사는 “드루킹이 왜 이 사건에 나를 끌어드렸을까 생각해 보면 필요에 의해 킹크랩을 만들어 놓고 공범을 만들어야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단 2번 만난 사람과 불법을 공모했다는 특검의 주장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항소심 선고 이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법정을 나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합니다만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고 나머지 진실의 절반은 즉시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가 로그 기록을 통해 다양하게 제시된 자료들을 충분한 감정 없이 유죄로 판결한 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절반의 진실은 상고심,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지사는 또한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기록이라고 말씀하신 로그 기록과 관련해서 일말의 의심이라도 남아있다면 제3의 전문가에게 감정 맡겨볼 것을 (재판부에) 제안하기까지 했었다”면서 “그럼에도 이런 요청을 묵살하고 판결을 내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드루킹과의 관계에 대해선 “온라인 지지모임과 정치인 관계는 크게 다르지 않고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며 “판결 내용에 대해선 변호인과 함께 구체적으로 반박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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