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선거철’ 앞두고 흔들리는 조세정책
[경제칼럼] ‘선거철’ 앞두고 흔들리는 조세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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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은경제연구소 이인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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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모든 부동산의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다만 인상 속도는 주택가격과 유형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경우 이르면 2025년까지 공시가격을 빠르게 인상하지만 9억원 이하 주택은 1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상해 조세부담을 완화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가 65.5%, 단독주택 53.6%,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69.0%다.

최근 집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시가격이 시세의 70%를 채 넘지 않아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할 뿐 아니라 고가 부동산이 저가보다 현실화율이 낮아 과세 형평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문제는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부동산 관련 세금뿐 아니라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국가 장학금 등 60여가지 각종 세금이나 부담금을 매기는 기준이다. 한마디로 공시가격이 오르면 집주인들의 보유세 부담도 늘어나지만 공시가격에 연동돼서 건강보험료가 오르고 기초연금 수급 자격이 박탈되거나 국가 장학생 선정에서 탈락할 수 있다. 한마디로 공시가격은 각자 처한 여건에 따라 이해관계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당정청은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조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저가 1주택자에 대해서 재산세 인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재산세 감면 기준을 놓고 이견을 보여 당초 지난달 29일로 예정된 재산세 인하 발표를 연기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산세 완화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하자고 주장한 반면 정부와 청와대는 재산세가 지방세임을 감안해서 감면기준 6억원을 고수했다. 또한 공시가격 9억원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이다. 중저가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인하 대상을 9억원 이하로 상향조정할 경우 고가주택 보유자에 부과하는 종부세 기준도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조세체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당정은 재산세 감면 주택기준을 공시가격 6억원 이하로 가닥을 잡았다. 내년 4월 서울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재산세 감면 대상 확대를 추진하던 여당이 협의과정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은 현행보다 0.05%p 낮아질 전망이다.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는 주택은 전국 1383만 가주 중 95%인 1314만 가구로 추산된다. 서울 기준 전체 253만 주택 가운데 약 79%인 대략 200만 가구의 재산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재산세 감면 이슈가 불러온 중저가 주택기준과 고가 주택에 대한 판단 기준이 애매해진 가운데 10여년 넘게 유지돼 온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도 재조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종부세 기준은 2008년 10월에 도입됐는데, 당시 서울 아파트의 평균 중위가격은 4억 8000만원 수준으로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중위가격 9억원을 넘어서 당시보다 2배 가량 올랐다.

정부가 각종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인 공시지가를 시세에 맞춰 올리기로 한 만큼 고가 주택 기준도 형평성에 맞게 재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평균 14.02%에 이어 올해 평균 14.73% 오르면서 2년 만에 30% 가량 상승했다. 내년 종부세는 약 5조 3천억원이 걷혀 3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조세정책은 일관성과 형평성이 중요하다.

선거철 표심을 겨냥한 일시적인 세제개편이 아니라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정책의 지속성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주택가격과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살피면서 현재 부동산 조세정책은 시장상황과 조세 형평성 등을 고려해서 수정 보완하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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