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은경제연구소 이인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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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했다. 지난 2012년 11월 RCEP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자는 취지로 한중일 3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 호주, 뉴질랜드와 인도 등 총 16개국이 논의를 시작해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이 8년 만에 최종 서명했다. 인도는 대중 무역적자 확대를 우려해 빠졌지만 참여국들의 무역규모, GDP와 인구면에서 전 세계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가 탄생했다.

이전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3개국의 통합시장인 나프타(NAFTA)를 개정한 USMCA의 GDP규모가 18조 달러, EU 17조, 미국이 빠진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11조 3000달러임을 감안하면 RCEP의 GDP규모는 26조달러 규모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 블록 탄생을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칠레 등 1대1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치중해 왔다면 RCEP는 우리나라 최초로 다자간 협정을 통해 우리 경제 영토를 넓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제외하고 RCEP 회원국 대부분과 개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다. RCEP는 향후 각국의 국회 비준 등의 국내절차를 거친 후 이르면 내년 상반기내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RCEP국가 간 관세가 철폐된다면 우리 수출기업들의 교역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가 기존에 체결한 한·아세안 FTA 품목별 관세 수준을 79.1~89.4%에서 91.9~94.5%까지 끌어올렸다. 수혜 업종으로는 관세가 대폭 낮아지면서 자동차, 철강, 전기전자, 석유화학 등 아세안 국가에 생산기지를 둔 수출기업들이 꼽힌다. 앞서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RCEP 발효에 따른 상품 관세 감축으로 한국 경제에 0.41~0.62%의 성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다자간 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늘 그렇듯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시마다 불거지는 국내농산물 부문에 대한 피해 여부다. 정부는 국내 농산물의 민감성을 반영해 이미 체결된 FTA 대비 추가 개방을 최소화했다.

특히 쌀·고추·마늘·양파 등 국내작물과 바나나·파인애플처럼 수입액이 많은 민감품목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과 처음으로 FTA를 체결했다는 점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일본은 RCEP 체결로 그동안 공들여왔던 중국과 한국시장에 관세 없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일 양국은 모두 83% 품목의 관세를 없애지만 시장 개방 속도는 10~20년 장기간에 걸쳐 관세를 낮추기로 했다. 오히려 일본에 시장을 개방하지 않았던 중국시장을 두고 한일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 주도의 세계 최대 규모 RCEP 출범으로 미국과 중국 간 경쟁구도는 한층 복합해질 전망이다. 바이든 미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미국 중심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추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이후 그동안 일본이 주도해 왔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다시 CPTPP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럴 경우, 한국은 미국 주도의 CPTPP냐, 아니면 중국 주도의 RCEP이냐? 선택의 기로에 설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RCEP 회원국이지만 CPTPP엔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우리정부도 향후 CPTPP에 가입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미 RCEP 15개 가입국 가운데 일본, 뉴질랜드 등 7개 국가는 CPTPP에 동시에 가입된 상태라 우리나라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외교적 부담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균형 감각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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