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은경제연구소 이인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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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미국 제46대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이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결과에 불복해 각종 소송전도 불사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미국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백악관의 새로운 주인으로 조 바이든 당선인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당선인은 승리 연설을 통해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국과 미국 간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경제공약을 요약하면, 막대한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과 증세를 통한 양극화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주당은 2조 2000억달러(약 2500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네 차례에 걸친 경기부양책으로 약 3조달러의 재정을 투입한 상태다. 과잉 유동성에 따른 자산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정부가 돈을 풀어 내수 부양에 나선다면, 우리 수출기업들에게는 악재보다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바이든 당선 시, 미국경기 반등에 따른 수출 증가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1~0.4%p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드노믹스(Biden+Economics, 바이든+경제학의 합성어)의 한 축은 법인세 인상 등 증세와 다국적 글로벌기업들의 반독점 규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바이든은 후보시절 미국의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37%에서 39.6%로 인상하는 조세 정책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와 다국적 기업들의 반독점 규제는 우리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바이든은 대통령에 취임하면 77일 안에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조치를 뒤집고 다시 세계와 손잡고 기후 변화 이슈를 선도하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민주당은 기후 협정을 준수하지 않는 나라에 ‘탄소조정세’와 수입 쿼터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수입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이 조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업종이 주력 수출품인 우리기업들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증세와 각종 규제 법안이 실현되기 위해선 미 하원에서 상원을 거쳐 대통령 재가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 이런 규제법안이 상당부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국경제의 무역의존도는 여전히 60%를 웃돌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극단적으로 치달았던 미국의 통상정책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무역협정을 무시한 일방적인 재협상 압력과 관세 폭탄 등으로 압박하던 트럼프식 무역전쟁이 아니라 동맹국과의 연대를 통한 중국 압박과 다자주의 무역협정의 틀 안에서 통상문제를 다룰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미중 간 패권전쟁에 따른 대중국 압박은 지속되겠지만 실행 방법에서는 이전과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갈등이 보다 치밀해지고 더 체계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면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도 열려 있지만 위협요인도 도사리고 있다.

미국이 향후 동맹국과 함께 중국과 맞선다면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에서는 중국, 안보는 미국, 이른바 투 트랙전략을 구사했다면, 앞으로는 이런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향후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역내 다자간무역협정으로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한국에 가입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또 다시 누구편에 서야하는지 시험대에 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동맹을 감안하면 미국편에 서야겠지만 중국의 사드보복에서 경험했듯이 미중 한쪽편을 드는 것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왜 한국이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지 미국과 중국을 설득시킬 합리적인 전략과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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