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똥꽃 - 오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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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꽃

오봉옥(1962 ~ )

 

소가

똥 한 무더기 질퍽하게 싸놓고

더운 입김 내뿜으며 떠난 뒤

쇠똥구리 달려들었다

민들레 홀씨 달려들었다

어쩜 그렇게

맛있는 풀 내음을 풍길 수 있는지

바람도 와서 놀다가

구멍 숭숭 뚫어놓고 먼 길 떠났다

시간이 흘러, 똥에 꽃 핀다

봄바람 불면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

똥꽃 핀다

이제 나비들 날아와 꿀을 빨 것이다.

그것이 맛있는 똥인 줄도 모르고

한참을 빨아 먹다 갈 것이다

 

[시평]

예전에 채전(菜田)에서 쓰는 거름 중에 가장 좋은 거름은 사람의 인분이었다. 그래서 집집마다 오줌통을 별도로 두고, 또 뒷간에서는 변을 보고는 재로 덮어두었다. 그래서 변이나 소변이 보고 싶어도 참고 집으로 돌아가 일을 봤다고 하니, 인분이나 오줌이 얼마나 요긴한 거름인 줄을 알겠다. 이러한 인분을 먹고 자란 싱싱한 야채를 다시 사람들은 먹고, 이는 다시 인분이 됐고, 이렇듯 서로 돌고 도는 속에 자연 생태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소가 싸놓은 똥에 쇠똥구리도 달려와 집을 짓고, 민들레 홀씨도 날아와 자리하니, 소똥은 그저 똥이 아니라, 생물들이 살아가기가 좋은 조건을 지닌 환경이 아닐 수 없다. 그저 살아가기 좋은 환경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뿌리내리고 꽃을 피우고, 나비가 날아와 달디 단 꿀을 빠니, 똥이 꽃이 되고, 또 꿀이 되는 참으로 신비한 이 우주의 돌고 도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온 우주는 바로 이렇듯 서로 연결돼 있다. 우주의 모든 개체는 오로지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우매한 우리가 다만 개체만이 아닌, 관계 속의 개체를 깨달을 수 있다면, 그래서 깨달음이 실천된다면, 오늘 아픈 이 지구는, 아니 우주는 다시 건강함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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