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번째 죽음’…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원인은
‘올해 8번째 죽음’…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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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택배 없는 날’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거리에서 택배 노동자가 택배상자를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택배 없는 날’을 하루 앞둔 가운데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거리에서 택배 노동자가 택배상자를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DB

[인터뷰] 김세규 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

 

돈 안 되는 분류작업에만 하루 7~9시간 소요 ‘공짜노동’

돈 되는 배송 작업은 오후부터… 밤 9~12시 돼야 퇴근

제대로 못 쉬고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출근 악순환 반복

코로나 사태 이후 택배 물량 30% 이상 급증… 업무량↑

 

“전국 5만명 중 계약서 쓴 택배기사 1만 8천명에 불과”

“택배대리점 ‘산재제외 신청서’ 악용… 무작정 쓰게 해”

“택배회사 측, 관행으로 치부하고 개선노력 보이지않아”

“동료 죽고 있다… 택배사, 사회적논의기구에 참여해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올해 벌써 8번째 죽음. 새벽, 낮, 밤을 가리지 않고 하루 400여건에 달하는 택배 업무를 했던 고(故) 김원종씨가 지난 8일 갑작스럽게 과로사로 숨을 거두면서 택배기사들은 또 한명의 동료를 잃었다.

김씨가 생전 작성했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는 알고 보니 보험료를 내지 않으려고 택배 대리점에서 대필해 작성했던 것으로 밝혀졌고, 택배기사들은 동료를 떠나보낸 ‘슬픔’에 더해 ‘분노’까지 느끼며 현 상황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택배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데 도대체 왜 택배기사들의 노동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천지일보는 17일 김세규 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을 만나 ‘무임금 택배 분류작업’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 ‘입직신고’ 등 택배기사들이 직접 겪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세규 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이 17일 서울 서대문구 택배연대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택배기사들의 노동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세규 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이 17일 서울 서대문구 택배연대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택배기사들의 노동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0.17

다음은 김 국장과의 일문일답.

- 택배기사들은 돈을 받지 못하는 ‘택배 분류작업’에 매일 투입돼 ‘공짜노동’을 하고 있다는데, 왜 이런 일이 있게 됐고, 택배 분류작업이란 어떤 것인가?

택배기사들이 공짜노동을 하게 된 건 택배회사들이 과거와 달라진 현재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들은 배송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다. 배송에 따라 수수료가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분류작업을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해도 단 한 푼의 돈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택배회사들은 배송 수수료에 분류작업비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명백한 억지다.

예를 들어 한 택배기사가 분류작업만 하고 배송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는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다. 반면 분류작업을 안 한 택배기사가 있는데 배송업무만 했다고 하면 그는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회사 측의 주장대로 만약 분류작업비가 책정돼 있다면 ‘박스당 얼마’ ‘건당 얼마’ 또는 ‘시간당 얼마’ 이렇게 정해져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이 전혀 정해진 게 없다. 법적으로도 누가 분류업무를 담당해야 하는지 정해진 게 없고, 규정도 없다.

예전에 사람들이 택배를 많이 이용하지 않았을 때는 분류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1~2시간이었다. 이때 택배기사들은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분류작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택배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국민들이 택배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게 되면서 택배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상황은 달라졌다.

택배기사는 보통 하루 300~400개 이상을 배송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요즘 같이 택배 물량이 많은 경우엔 500개 이상 배송하는 분들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택배 라인은 아침 7시면 돌기 시작한다. 택배기사들은 분류작업을 위해 늦어도 오전 6시 50분까지는 출근해야 한다. 문제는 택배 물량이 대폭 늘다보니 분류작업에만 7~9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분류작업은 빨리 끝나야 오후 1~2시, 늦게 끝나면 오후 2~3시가 되며, 추석과 같은 명절 기간에는 오후 4시는 돼야 마무리 된다.

배송작업은 분류작업이 끝나고부터 시작이다. 배송 시작 시간이 늦어지다 보니 배송 업무를 마무리하면 밤 9~10시가 되거나 밤 12시가 되고, 심지어 새벽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 늦게까지 일했다고 해서 출근시간이 바뀌진 않는다. 다음날 아침 또 분류작업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쉴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지난 8일 과로사로 돌아가신 택배기사 고(故) 김원종님도 사고당일날 분류작업을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고 배송을 하다 과로사로 쓰러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택배 물량이 갑작스럽게 30% 이상 증가하게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장시간 고된 노동을 하다 보니 과로사하는 사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상황이 심각한데 택배회사들은 왜 나서지 않는가?

회사 측은 기사들에게 ‘원래 해오던 일 아니냐’며 관행으로 치부하고 개선하려 하지 않고 있다. 택배기사의 전체 노동시간 중 분류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문제가 펼쳐지고 있지만 회사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또 어떤 택배회사들은 기사들에게 ‘힘들면 물량을 줄이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그런데 물량을 줄이라고 하는 것은 곧 배송을 줄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하루 14시간씩 일하면서 돈 안 되는 분류작업만 7시간을 하고, 나머지 7시간을 배송에 쓰는데 만약 배송을 줄이면 수입이 줄어든다. 누가 그렇게 하겠나.

당일 배송에 대한 부분도 대리점마다 다르긴 하지만 기사가 이를 지키지 못하면 3~5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곳이 있다. 심지어 계약해지의 사유로 삼는 곳도 있다. 당일 배송은 택배기사뿐 아니라 대리점 재계약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론적으론 회사 측에서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택배단가와 관련해서도 과거 200개를 배송하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매년 단가가 떨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300~400개를 배송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 측에선 코로나 여파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택배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단 한 푼도 쓰지 않으려고 한다.

현재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송수수료 이외에 그 어떤 것도 회사로부터 지원받는 게 없다. 택배기사들이 입고 있는 조끼부터 운행하는 차량, 차량 수리비 등 각종 유지비, 심지어 택배 송장과 박스테이프까지 전부 다 자부담으로 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의 순수익은 현재 배송수수료로 받는 돈에서 여러 가지 지출을 뺀 나머지로, 한 달에 약 300~350만원으로 보고 있다. 국민들은 이러한 돈이 적지 않다고 보시는 분들도 있으실 줄 안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은 하루 8시간을 일하면서 이러한 돈을 받는 게 아니다. 하루 14~16시간을 일하면서 이렇게 돈을 번다. 게다가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고, 퇴직금도 없고, 휴가도 없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명절을 열흘여 앞둔 14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명절선물 및 택배물품들을 분류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설 명절 택배 우편물이 약 1,950만 개가 접수될 것으로 예상해 오는 29일까지를 특별소통기간으로 지정, 정시 배달을 위해 인력 2,500여 명과 차량 3,100여 대를 추가 투입한다. ⓒ천지일보 2020.1.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명절을 열흘여 앞둔 가운데 서울 한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명절선물 및 택배물품들을 분류하고 있다. ⓒ천지일보DB

- 택배기사들이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어떤 것이고, 무슨 문제가 있나?

택배기사들은 대리점에 직원 등록을 하는데 그것을 ‘입직신고’라고 한다. 입직을 하면 자동으로 산재에 가입이 된다. 그런데 택배기사들과 같이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는 예외를 두기도 하는데 그것이 바로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한 사람들이다.

원래 취지는 자발적으로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대리점에서는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 기사들에게 신청서를 쓰게 하면서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거나 이를 쓰지 않으면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산재보험에 들면 택배기사가 일부 보험비를 부담하지만 대리점에서도 일부 부담한다. 1인당 2만원의 보험비를 대리점에서 부담한다고 가정할 때 40명의 택배기사가 있는 대리점은 한 달에 80만원의 산재 보험비를 부담하게 된다. 이는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비용임에도 대리점은 택배기사에게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쓰게 해 그 돈을 아끼려고 한다.

현재 전국에 5만여명의 택배기사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중에 입직신고를 한 인원은 1만 8000여명에 불과하다. 과반을 훌쩍 넘는 3만 2000여명 정도가 계약서도 쓰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당장 대리점 소장이 “너 내일부터 일 그만둬”라고 하면 그만둬야 하는 그런 입장에 처해 있다. 이것이 택배 현장의 현실이다.

그런데 입직신고를 한 1만 8000여명 가운데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쓴 사람이 1만 1000여명에 달한다. 결국 산재 적용을 받는 사람은 전체 5만여명 중에서 고작 7000여명에 불과한 것이다.

한 대리점에서는 20명 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같은 날 이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걸 어떻게 자발적인 신청이라고 볼 수 있겠나. 이건 대리점 소장이 작성하라고 해서 다같이 작성했다고 봐 진다.

고(故) 김원종님의 경우엔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가 아예 조작된 상황이다. 이 신청서는 단순히 서명만 기록하게 돼 있지 않다. 반드시 당사자가 이 신청서의 내용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나의 긴 문장을 자필로 쓰게 돼 있다.

하지만 김원종님의 신청서에 적힌 자필 기록은 그 분의 필체가 아니었다. 확인 결과, 대리점 소장의 아내가 대신 작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세규 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이 17일 서울 서대문구 택배연대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택배기사 고(故) 김원종씨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가 조작됐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해당 신청서의 필체가 김씨의 것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2020.10.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세규 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이 17일 서울 서대문구 택배연대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택배기사 고(故) 김원종씨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가 조작됐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해당 신청서의 필체가 김씨의 것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2020.10.17

- 노조 측에선 정부와 시민사회, 택배노사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해결책을 찾자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가장 시급하게 논의할 부분은 무엇인가?

사회적 논의기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택배 회사 측은 전혀 참여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택배 회사들이 참여를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논의기구가 구성된다면 해결할 문제가 많이 있지만 우선 분류작업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분류작업은 택배기사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고, 이로 인해 실제 과로사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힘들게 일하느냐 마느냐에 앞서서 나와 함께 일했던 동료가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 어느 날 갑자기 동료를 잃어버리는 상황,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는 말자는 것이다.

분류작업만 따로 해도 업무강도가 줄어들게 된다. 이에 대한 인력을 별도로 고용하면 해결될 일이다. 우리는 분류작업 인원에 대한 인건비 일부에 대한 지불 의사도 갖고 있다.

회사 측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준다면 인건비 가운데 적은 금액이나마 대리점과 택배기사들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논의나 시도 계획조차 갖고 있지 않고, 아예 관심조차 없다는 점이 문제다.

택배기사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과로사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오늘도 업무를 계속해나가고 있다. 기사들 사이에선 새벽에 집을 나오기 전 아이들의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나온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오늘 일하다 한순간 어떻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과로사로 돌아가신 분들의 특징을 보면 징후가 없다.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과로사는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

국회에선 택배업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고 정부도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택배회사들도 나 몰라라 할 게 아니라 택배기사들을 위한 일에 관심을 갖고 나서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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