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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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사회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추석기간 중 민족의 대이동에 따른 확산세를 우려하며 대응했던 방역당국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고, 국민 협조가 성과를 이뤄내 그 우려는 기우(杞憂)로 끝났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현 상황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코로나19를 계제로 알게 모르게 겪는 국민 불편이 많음에도 참고 견디는 것은 세계적 보건 재앙이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절실히 바라는 국민마음에서일 것이다. 

개천절에 이어 한글날도 광화문 일대에서의 대규모 군중집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국의 철저한 대응 속에서 경찰이 만든 펜스 덕분이라 하기에는 뭔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위가 예상된 한글날 텅 빈 광화문 광장의 모습에 두 가지 여론이 있는바, 하나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춰지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펼쳐지고 있는 때에 많은 군중들의 집회 참여로 신규 확

진자 수가 늘어나면 안 되니 봉쇄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텅빈 광화문 풍경처럼 한국의 상황에서 모든 걸 코로나 방역을 빌미삼아 봉쇄되는 게 안타깝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가 방패막이가 돼 쟁점화 사건이 멈춰선 게 비일비재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라임사건․옵티머스 사건이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국민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고 여권 정치인이 사건 관련성이 있다는 의혹이다. 1조 6000억원의 피해를 낸 라임사건은 검찰 기소로 현재 재판중이고, 3300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5000억원에 달하는 피 같은 돈을 펀드 사기당해 졸지에 피해자가 된 것이 바로 옵티머스 사건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사의 당시 대표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서울 서초갑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낙선한 인물이다. 그런 이력의 정치력 덕분인지 2017년 말 기준 전체 펀드 설정액이 825억원이었으나 2019년 말에는 4689억원으로 약 2년새 5배 이상 고속 성장했고 현재 전체액 규모는 5151억원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회사는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해 안정성이 높다며 투자자로부터 수천억원을 받은 뒤 서류를 위조해 대부업체와 부실기업 등에 투자하는 등 금융사기를 해왔다.

그 와중에서 지난 7월 22일,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 혐의로 김재현 대표와 윤 모 변호사를 구속 기소하면서 피해자들의 진상조사 요구에도 불구하고 흐지부지되고 있는 상태였다. 진작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했더라면 정치권 또는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연결고리를 파헤칠 수 있는 대형 부정사건 혐의가 있는 내용이었지만 우리사회의 현상들이 코로나19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뒤덮여지고 있는 현실에서 정치권과 연계된 의혹이 있던 이 사건이 시작도 끝도 없이 감춰질 뻔 했으나 시중에서는 “어느 정치인이 걸렸네” “권력실세와 관계가 있네” 등 풍문으로 사회여론이 점화되고 있으니 언제 터질지 모를 휴화산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혹자들은 한글날 봉쇄된 광화문 광장처럼 이 사건 역시 수사봉쇄로 족쇄가 채워졌으니 검찰이 있기는 하는 것이냐고 물밑 울분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행히 며칠 전 뉴스 한 줄로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다름 아닌 윤석열 검찰총장이 옵티머스 사건에 대해 그 정황 등을 알게 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수사 책임을 맡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최근까지 옵티머스 로비 의혹 관련 수사상황을 윤 총장에게 보고조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모르고 있던 윤 총장이 지난 7일 조남관 대검 차장 등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옵티머스 관련 금융 사기와 로비 의혹 모두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그의 상관인 윤 총장과 갈등을 일으키면서 응당 보고해야 할 사안임에도 ‘총장 패싱’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인사를 통해 라임사건과 옵티머스 사건 등을 수사하던 검사들을 대거 이동시켜버렸으니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정치권과 연계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사건이 진전이 없고, 그 사건의 실체를 엄정히 수사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마련되지 못한 것도 코로나19 영향이라고 해야만 하겠는가.

옵티머스 사건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연관설이 흘러나오는 것은 철저하지 못한 검찰수사 탓이다. 그런 실정이니 여권 대선 주자급들도 자신과는 “무관하다”며 엄정한 검찰수사를 요구하는 현실이 됐다. 옵티머스 사건이 크게 불거질 와중에 라임 사건 재판에서 지난 8일 핵심 피의자가 법정에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런 것들에 물타기하고 ‘정권 방탄’ 수사를 미리 봉쇄하기 위해 친정권 성향의 검찰 간부들을 요소에 발탁한 것일까?하는 의문도 든다. 물론 말 같지도 않은 전제가 현상으로써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이제는 흔한 일이 되고 있다. 이래저래 국민들만 피눈물 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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