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지방의회의 혼란상과 위법성, 걱정된다
[아침평론] 지방의회의 혼란상과 위법성,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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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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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거나 좋은 점은 본받고 폐단은 버려야 하건만 지방의회가 점점 중앙정치를 닮아가고 있다. 지난 21일 경남도의회에서는 ‘경남도의회 본회의장내 폭력사태 기자회견’이 열렸다. 내용인즉 17일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불신임안이 제출된 의장에 대해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무소속 장규석 제1부의장이 의사를 진행하기 위해 의장석에 오르려다 더불어민주당 송순호 도의원에 가로막혀 넘어지면서 부상을 당한 게 그 발단이다.

의사당내에서 폭력이 일어났으니 의장과 국민의힘에서는 “의사당내 폭력은 범죄행위”라 규명하고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꾸려 범죄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것이고, 반면 민주당에서는 의장 불신임안을 막으려는 “일반적인 주장”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그런데 이 현상은 국민이 흔하게 보아왔던 국회의사당내에서 여야의 몸싸움을 방불케 한다. 정치적 내용으로 시시비비가 붙었으니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다’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대목인바, 도의회에서 해결나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으로 비화될 태세다.

지방자치가 잘되려면 지방의원들이 정당 색깔보다는 주민 편에 서서 그들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일선현장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해야한다. 그런데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실상이 그렇지 않다는 데에서 많은 문제가 따른다. 그 원인은 온전한 지방자치에 대한 제도적, 운영적 결함에 있고, 또 일부 지방의원들이 공천권을 잡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 한편으로 의정 현장에서 주민의 이익보다는 개인이익을 앞세우는 경향 탓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주민들과 지방자치학자들은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풀뿌리민주주의의 이념과 취지를 충족하는 데는 아직 멀었다는 인식인바, 지방의회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 부족과 함께 특히 기초의원들의 지방자치 제도와 운영상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중앙 행정기관과 자치현장 경험을 살려 지방의원들의 전문성 함양을 주문해왔던 것이다.

지방의회가 법령과 자치규칙에 있는 내용에 따라 운영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해 지방의회 의결사항이 사법문제로까지 번져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뒤집혀진 사례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지방의회는 이를 본보기로 삼아 의회운영을 적법하게 해야 함에도 상주시의회가 의장 불신임 의결 건은 그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의장 불신임 의결 후 신임의장 선출 건에 대한 위법 논란으로 또 법원에 제소돼 사법부의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의회에서 바르게 처리했다면 당사자가 의회 조치가 위법하다며 왜 사법부로까지 끌고 가는 사단이 발생했겠는가.

상주시의회 의장 불신임에 대해 자상한 내용을 알기 위해 당시 회의록을 찾아보고 필자는 깜짝 놀랐다. 불신임 안건이 의장 취임 전의 일로서 불신임사유에 해당되지 않을뿐더러 정당내 경선을 사유로 들었고, 또 의결과정에서 회의규칙상 필수적인 ‘질의․토론’마저 생략한 채로 의결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된다. 기초의원의 지식이 이것밖에 안 되는 걸까 의문이 드는바 이에 더하여 의결처리 과정에서 어느 의원이 한 말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의장불신임안 요건․절차가 맞으면 우리 의원들이 알아서하면 되고, 문제가 돼 재판가면 그건 판사가 할 일이다는 취지인데 새겨보면 법에 맞든지 안 맞든지 불문하고 의원 권한대로 할 테니 잘못돼서 억울하다면 소송하라. 재판하면 그때는 판사가 할 일이라는 것이니 이 얼마나 오만에 가득찬 말인가. 주민들이 주민자치의 권한을 지방의원에게 준 것은 적법하게 의회를 운영하라는 것이지 법해석을 제멋대로 자의적(恣意的)으로 해석하고 위법하라는 것은 아닐 게다.

행정안전부가 2012년부터 지방자치법령과 판례 등을 엮은 ‘지방의회운영가이드북’을 발간해 지방의원들의 전문성 함양에 도움을 주고 있다. ‘2020년 지방의회 운영가이드북’ 의장불신임 관련 내용을 보면 “지방자치법 제55조 제1항의 ‘의장이나 부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면’은 지방의회 의장이 직무를 위반하거나 관계법령상 요구되는 의장으로서의 직무를 본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수행하지 못한 경우를 의미. 따라서 ‘의장 임기 전 행위는 의장으로서의 직무에 해당하지 않아 불신임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사료됨”(221쪽)이라고 적시돼있다. 그러함에도 그 기본조차 모르고서 상주시의회가 불쑥 의장불신임안에서 사유가 안 되는, 후반기 의장 취임 전 내용으로, 또 정당 자체에서 결정한 경선 내용을 이유로 불신임 사유를 내고 위법처리했던 것이니, 이보다 더한 코미디극이 어디 있겠는가.

상주시의회의 의장불신임 건과 의장선출 건은 법원에서 재판중이니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건은 법령과 규칙, 지침에 명백히 위배한 내용이었으니 ‘법의 지배’에 의한 사법부 판단이 궁금해진다. 기초의회까지 점점 정치화 돼가는 지방자치가 적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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