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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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어두운 미로에서 길을 찾는다는 상상을 하면 답답하고 암울한 느낌이지만 그림판 미로에서 길을 찾는 것은 조금 가볍고 즐거운 일이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즐거운 미로 그림을 찾는 것은 더욱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중요한 일들은 의미를 찾고 정당한지 짚어본다.

집짓기는 한가정의 큰일인 만큼 집짓기를 시작하기 전에 다양한 방면으로 그 가능성을 따져본다. 하지만 자칫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흥미로운 미로 그림을 먼저 찾는 경우가 많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 쉬운 것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집은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인데 공사면적에 연연해서 가족이 원했던 공간을 못 찾거나 멋있고 즐겁게 살 집이어야 하는데 공사비와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엉뚱한 데에 귀를 기울이고 한쪽 이야기에 쏠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짓기 미로에서 가족만의 것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가까운 곳에서 미로 탈출구를 찾고 그 정도에서 집짓기의 품위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아무튼 미로의 끝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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