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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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누군가 ‘왜 집을 짓는가?’라고 물어본다면 살 곳이 없어서 짓는다는 대답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옛날과 달리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인생의 새로운 시도를 집으로 승화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얻고 싶은 것은 공간의 덩어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크기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목표를 세우는 경우가 많다. ‘저는 대략 서른 세평이 필요해요’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공간은 고깃덩어리처럼 부피가 꽉 채워진 것이 아닌데도 클수록 좋고 많이 얻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건축적 공간은 비워야 살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삶을 즐기자~.’ 노래를 불러도 즐길 만한 여유 있는 공간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어쩌면 쓸모없어 보이는 공간 (무목적성 공간)이 우리에게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잠시라도 멍하니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정화되는 공간이 필요하다. 목표한 시간 내에 일을 하겠다고 시작해서 초시계로 따져가면서 일을 한다고 할지라도 사람이 하는 일은 로봇과 같이 시간과 비례하는 결과치가 나올 리 만무하다. 그래서 정서적인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 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공간의 집을 원한다. 건축을 하기 전 자신이 살고 싶은 공간이 진정 공간의 덩어리인지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 마음을 두고 여유를 가지며 삶의 흩어진 생각을 간추리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게 생각을 정리할 만한 공간이 필요하다. 집은 자신을 내려놓고 편히 마음이 가라앉아야 살만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당 한구석을 바라보며 앉을 수 있는 툇마루가 그러하고 그늘이 드리운 마당을 볼 수 있는 공간이 그러하다. 중정은 인위적 인간의 공간이지만 이런 사람과 자연의 접점을 만나게 하는 곳이고 공간이 머무르듯이 생각을 편안하게 모아 두는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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