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면 천지일보 편집인.

‘추(秋)’로 시작해서 ‘추(秋)’로 끝나는 국회 대정부질문,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가을 문턱에서 정부각료들을 앉혀놓고 시작되는 국회대정부질문이라서 그런가보다.

나라는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고, 아이들은 배고프다 울부짖다 생사의 기로에 서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힘든 백성들은 멍 때리기 시합이라도 하듯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는 기막힌 지경에서도 백성과 나라는 없고 오직 있는 것은 진영과 정권야욕뿐이라네. 왜 대한민국의 국정(國政)은 실종되고 정쟁소리 쌈 박질 소리만 온 장안에 가득해야 할까. 

백성이 믿고 의지할 곳은 어디 매인고.

예고 없이 찾아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재앙은 광장의 문을 걸어 잠그게 했으니 하소연은 어디에다 하나. 야당은 골리앗과 괴물 같은 위력 앞에 제구실을 못하는구나. 행정과 사법과 입법은 무지한 한 왕에 의해 볼모로 잡혀 있는 얄궂은 신세가 되어 법치와 삼권분립은 소설을 쓰는 소설가의 추억거리가 되고 말았네.

백성들은 하는 수 없이 조은산의 시무7조와 림태주의 반박 같은 풍류소리에 장단 맞추고 춤을 추며 위로 삼는구나.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됐는가.

하지만 옛 고담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더라.

19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기념사는 과연 일품가관이었더라.

“우리 사회의 공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지만, 그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야기가 아니었고, 자기 식 공정에 대한 변명이었고 합리화였으며 자기 논리였을 뿐 그 어떤 의미도 메시지도 아니었다.

결국 제1회 청년의 날은 청년의 날이 아니었고, 조국과 추미애 등 공정을 달고 살던 전 현직 법무장관 자녀들로 인한 국민적 역린(逆鱗) 즉, 국방과 입시 등 청년들의 공정에 대한 불만을 의식한 듯, “하나의 공정이 다른 불공정을 초래했다”라는 위선적이며 교묘한 말장난으로 문대통령의 자기변명과 주장을 강요하는 날로 전락하고 말았다.

백성들의 언덕(丘)이 돼야 하고 희망이 돼야 하고 상징이 돼야 할 문재인 대통령은 어느새 청년 나아가 백성들을 기망하는 처세술이 능통한 자로 변신했으니 그의 변신술만큼은 일품이다.

뿐만 아니다. 요즘 소설 쓰는 위정자들이 많아서 그러한지는 몰라도 소설 속에서나 있을 법한 믿기지 않는 일들이 현실이 돼 나타나니 마치 소설을 읽는 듯 재미도 있고 코미디 같은 일들로 헛웃음도 나게 하니 무료하지는 않다.

줄곧 지켜봐 왔지만 이처럼 이율배반적 성질을 한 몸에 품고 있고, 자기모순을 즐기는 듯한 위정자들로 판을 치는 세상이 됐으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 아닐 수 없다.

다름이 아니라 역시 고담에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실천하기라도 하듯, 요즘 위정자들의 붐이 굳이 있다면 침묵이다. 침묵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들이 많기에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각종 의혹에 대해 국민들에게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자신의 호언장담을 까마귀고기 먹은 사람인 냥 잊어버리고 법정마다 조국부부는 어김없이 ‘묵비권’으로 일관하며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추미애 장관으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고 있지만 지명권자 문 대통령은 침묵만을 즐기고 있다. 한 치의 의혹 없이 조사해서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하던 때와는 왜 사뭇 다른지 백성들은 궁금하다. 정권초기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국민들에게 직접 브리핑하겠다던 호언은 어디로 숨었는가.

이 침묵(묵비권)에 대해, 아마 법을 전공한 분들로서 수학시절 이 묵비권에 대해 유별나게 호기심을 갖지 않았었나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대한민국 국방을 책임지는 군 수뇌부는 군인의 정신과 철학은 어디로 사라지고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군의 위상을 스스로 추락시키는 추태를 부린단 말인가. 마치 국방책임자가 아닌 추장관의 보좌관이라도 임명된 듯한 비열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추상같은 군의 위계를 생명처럼 여기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대한민국 장병들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공정의 문제는 법 이전에 상식이며 도덕이며 윤리라는 우리 삶의 기본이며 특히 이 시대 청년들의 새로운 사조며 가치관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사안마다 법적 이상유무로 몰고 가려는 해괴한 논리로 온 나라와 백성들의 생각을 어지럽히는 오늘의 기득세력은 역사의 냉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무지(無知)와 왜곡은 법치의 기본이 공정이라는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데서 기인된 것이며, 그 무지는 아집과 고집으로 이어지며, 법을 전공했다고는 하나 형식은 있으나 내용과 참이 전무하고 법무(法無)한 법무(法務)장관을 두 번에 걸쳐 임명하는 오판을 낳았으며, 지금 대한민국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데 있어 중요한 공로를 세웠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당부하건데 이젠 코로나19 쇼, 평화 쇼, 공정 쇼, 정의 쇼와 같은 ‘쇼의 나라’에서 진정한 공정과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가 되게 하라.

ⓒ천지일보 2020.9.20
ⓒ천지일보 20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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