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들어오라고 해.”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네이버 부사장,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을 지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8일 보좌진에 보낸 이 문자는 권력의 언론 장악이 진행형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윤 의원은 포털 사업자 등을 피감 기관으로 둔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이다. 무엇보다 네이버 특성을 잘 아는 윤 의원이 보낸 문자라는 측면에서 여권의 포털 장악 시도였다는 의혹을 버리기 어렵다. 윤 의원이 문제 제기한 것은 당일 야당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발언이 포털 메인에 배치된 것이었다. 윤 의원은 카카오를 불러들여 공정성을 확인하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인공지능(AI) 뉴스 배치가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바뀐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포털업계는 “인공지능(AI)이 뉴스 배치를 전담하고 있어 인위적 개입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하지만, 포털사이트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AI에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의 생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AI의 중립성을 판단할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2018년 ‘박근혜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KBS의 세월호 참사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이정현 의원(무소속)은 유죄를 선고받았다. 방송법 제4조 2항은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해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법원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경각심 없이 행사돼온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언론 간섭이 더 이상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라며 권력의 언론 통제·장악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 있는 언론은 언론 위의 언론이 돼버린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포털이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상단 배치는 그 파급력이 공중파를 능가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간 언론이 청와대 방송으로 전락했던 것을 비판했던 여당이 정권 장악 후 같은 행보를 걷는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방송보다 막강해진 포털의 AI 편집이 누군가의 입김에 움직이는 것이었다면 그야말로 국민과 언론을 기망한 것이다. 시민단체와 정부는 이번 윤 의원 문자로 촉발된 포털 AI 뉴스 편집의 공정성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갈 뿐 아니라, 언론에 압박을 가하는 정치권의 구습을 단호히 끊어내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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