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사설] 지방자치제도의 허점, 막무가내 ‘의장불신임’
[천지일보 사설] 지방자치제도의 허점, 막무가내 ‘의장불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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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도가 황폐화되다 못해 횡포화되고 있다. 그렇게 만드는 주요 원인은 지방자치제도가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적기적(適期的)인 제도 보완의 미흡에서다. 지방자치법과 관련 지방의회 회의규칙 등에서 내용이나 절차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법적인 분야에서 전문성이 취약한 지방의원들이 관계 조항에 따라 형식적인 구색만 갖춰 의정활동을 행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례가 지방자치법 제55조에 명시된 의장불신임 건이다.

지방자치법에서 의장불신임제도는 1956년에 제정된 최초의 법에서는 빠져있었다. 그러다가 1956년 2월 13일자 일부개정된 지방자치법에서 제35조의2를 추가해 ‘의장 또는 부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의원 정수 4분의 1이상의 동의를 얻어 불신임결의를 제안할 수 있다’는 규정을 넣었다. 이 조항은 그 후 존치된 채 현행법에서도 단 하나의 조항으로 유지되고 있으니 64년의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이 그대로다. 그렇지만 지난해부터 지방의회에서 의장불신임건이 가결돼 그 직에서 해임된 의장이 반박해 소송문제로 번지고 있다. 의장불신임이 되면 그 직위가 박탈되는 만큼 내용과 절차에서 구체적인 게 마련돼야 하지만 관련법을 주관하는 행정안전부에서는 손놓고 있고, 국회마저 이 문제를 방치하는 사이 지방의회가 절차적, 실체적으로 위법하는 일이 일어난다. 불신임결의가 소송으로 비화되고 재판과정에서 뒤집히다보면 소송비용 등은 고스란히 주민부담이 되고 만다.

불신임보다 강도가 약한, 지방의원 징계시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사과’와 같은 경미한 결정에 앞서 해당 의원의 소명기회 부여 등 구체적인 절차가 명시돼있다. 하지만 의장불신임 조항에서만 그런 장치가 없으니 지방의원들이 정치적 공세로, 정당의 입김으로 마구잡이 불신임안을 발의하는 것이다. 개인신상에 불이익을 줄 경우 소명기회는 필수적인 장치다. 지방자치법에 관계조항이 미흡한 것은 불신임 발의가 거의 없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경남도의회, 대구동구의회, 양양군 의회, 양산시의회, 상주시의회 등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神)은 아담을 에덴동산으로부터 추방할 때에도 그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었다’는 말은 소명기회 제공에 관한 시원이 됐고, 이는 절차적 필수내용으로써 법령에 명문화돼 있지 않더라도 자연법적 정의인 것이다. 지난주 발생한 상주시의회의 의장불신임 건에서 당사자의 신상발언까지 막고 일방처리한 것은 지방의회의 횡포나 다름없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의장불신임건에 대해 행안부는 지방의회의 자율성을 핑계 댈 게 아니라 만연된 위법성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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