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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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외교책사 양제츠 중국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1~22일 부산을 방문했다. 우리 측 파트너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과 22일 6시간에 걸친 오전 오후의 회의는, 중국의 전형적인 외교적 발언을 통해 한국이 최근 원했던 바를 던져 주었다. ‘한국은 시 주석이 우선 방문할 나라’라는 것이다. 물론 전제를 달았다.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는 코로나19가 완화되는 것이 조건이다. 그밖에 한중일 정상회담도 연내 개최를 협의 했으며, 한반도 정세 및 미중관계에 대한 의견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위원이 언급한 미중관계에서 중국 측 입장을 설명했다고 하지만 분명 중국은 미중패권 관계에서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한국을 점차적으로 미국에서 유리시키는 전술적 발언을 했을 것이다. 서 실장은 이에 ‘미중의 공영과 우호관계가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번영에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상의 표면적 발표를 통한 한중 외교 담당자들의 회의도 중요하지만 양제츠의 부산방문의 이면적 상황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부산은 중국에도 아름다운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을 놓아두고 부산을 회담장소로 선택한 것은 중국 측이 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7년에 사드 사태로 인해 한중관계가 어려움에 도달했을 때 양 위원은 서울을 다녀갔다. 외교장관 시절에도 서울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아마도 서울은 많이 와 봤으니 아름다운 도시 부산을 가서 공무 겸 사적인 경험도 해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 하나 있다. 주한 중국대사 싱하밍이 부산 중국 총영사관 총영사를 지낸 적이 있다. 한족 민족주의자 싱하밍 현 중국 주한대사는 부산총영사관 총영사를 지내고 한국대사를 역임하고 있는 최초의 인물이다.

한국말도 능통하다.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 가서 한국말도 젊은 시절 배웠다. 중국내에서 한국을 아주 잘 아는 외교전문가이다. 실무책임자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절에 부산에서 적지 않은 한국 측 정관계 인맥을 만들어 놓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부산 경남은 경상도 지역으로서 보수 우파의 근거지로 표명되는 곳 아닌가. 한국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모든 기업들이 부산경남에서 태두했다고 봐도 된다. 또한 싱하이밍 대사는 문 대통령의 아그레망 전에 기자회견도 하고, 이전에 없었던 중국대사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치 일국의 중국대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조용히 행보를 했어야만 해도 불구하고 난리를 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고 순수 중국 외교관과 다른 측면을 노정시켰다. 마치 미국대사가 하는 모습을 한국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자기가 대사가 되면 해 보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모르겠다. 한국을 잘 아는 대사는 양 위원을 부산으로 모셔 자기의 정관계 인맥도 과시하고, 중국에서 미국 일본 전문가가 아닌 한국 전문가가 대사를 마치고도 영전하는 최초의 인물이 되고자 하는 야망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대사 역임자가 잘 되면 좋다. 다만 잘 안다고 한국을 얕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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