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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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8월 25일부터 9월 1일까지 유럽 5개국을 순방했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 등이다. 최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유럽을 방문했을 때 가지 않은 국가들만 딱 꼽아서 방문했다. 8월 21일∼22일 한국 부산을 방문했던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한국을 방문한 연장 선상에서의 외교이다. 미국과 틈을 그래도 조금 벌릴 수 있는 국가들로 역할분담을 통해 찾아간 것이다. 한국에서도 실질적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했듯이 뚜렷한 결과물이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중론이다. 왕이는 일본대사를 역임했다. 양제츠의 후임으로 외교부장이 됐다. 양제츠와 더불어 중국외교의 쌍두마차를 이루고 있는 인물이다. 훤칠한 키에 호남형이며 서방 외교도 잘 이해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외교부장이라는 장관이지만 국무위원도 겸하고 있으니 시진핑에게 인정받은 사람이다.

두 사람의 전략은 나쁘다고 볼 수 없었다. 미국의 핵심축들을 이완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양제츠가 방문했을 때는 한국을 설득해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나토와 같은 다자안보 협력의 틀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국을 향한 안보기구 탄생을 막는 것이 중국의 목표이다. 유럽연합 나토와 같은 중국견제용 안보 협력기구를 미국이 만들 때 한국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국의 궁극적 목적이다. 미국은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그리고 한국을 포함 시킬 생각이다. 유럽에서 러시아를 겨냥한 나토를 만들었듯이,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견제용 다자안보 협력기구를 만들어 중국을 봉쇄하고자 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한국은 대외무역의 26%를 중국에 의존하니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그 결손을 다 막아 줄 리가 없기에 더욱 그렇다. 안미경중(安美經中) 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을 미국이 이해만 할 것 같지 않다. 한국 정부의 고민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양제츠의 의도를 다 알고 있는 한국은 허허실실 전법으로 일단 중국의 집요한 예봉들을 지속적으로 막아내고 있다. 언젠가는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그날이 도래하겠지만 최대한 연장시켜 놓고 상황의 추이를 보고 지혜를 내놓아야만 한다.

중국은 코로나19 회복으로 서서히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미국의 파상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유럽까지 날아가 외교전략가 또 한 명의 사람이 직접 나서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4개국이 중국의 인권문제를 지적했다. 트럼프의 일방주의 외교와 경제 제재 등을 유럽을 활용해 막아보려 했지만 별로 수확이 없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유럽은 중국에게 놓쳐서는 안 되는 지역이다. 일극 체제를 주장하는 미국에 맞서 유럽과 협력해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자 하는 것이 중국의 속내이다. 오히려 일국양제의 불이행과, 홍콩 보안법제정, 신장위구르지역, 티벳 인권문제의 지적만 받고 돌아왔다. 녹록지 않은 중국외교의 현실을 직시했다. 문제는 중국이 심각하게 깨닫고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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