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기후위기, 기후변화가 우리의 일상을 급격히 바꾸어 놓고 있다. 혹자는 이런 변화를 두고 기후의 역습 혹은 지구의 공격이라는 과격한 용어를 동원해 지구온난화라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기도 한다. 어찌됐든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의 변화는 이를 유발한 우리 인간의 삶에도 급격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멀리 둘러볼 필요도 없다. 최근 한반도 곳곳에서 겪고 있는 물난리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기후 탓이 크다. 홍수와 물난리를 4대강 사업과 연관지어 정치권에서 서로 공방하고 있지만 이번 홍수의 근본적인 원인은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에 있다. 보와 댐 관리를 잘못한 수공도 일부 책임이 있겠지만 이 또한 급변하는 이상기후에 대처하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100년에 한번 오는 폭우를 기준으로 설계된 치수설비로 500년에 한 번이라는 예측범위를 넘어서는 기록적인 물폭탄을 막을 수는 없다.

기록적인 장마 후에 찾아온 폭염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의 영향 탓이다. 기후 변화는 습기와 건조함을 동시에 유발한다. 물폭탄, 그 뒤에 찾아온 불볕, 정말로 세계의 기상이변을 온몸으로 실감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핫’한 여름을 올해는 겪고 있는 셈이다. ‘100년 만에 한 번 오는 폭염’이 이제는 일상이 되는 여름,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오는 기상, 끔찍하지만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독일의 기후학자인 레흐만 박사는 이러한 극한의 날씨 확률을 주사위에 비유했다. 평균 6회 중 한번은 폭우, 혹염, 혹한 등 극한기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기 중에 엄청난 양의 온실 가스가 주입돼 지구촌 많은 지역에서 사회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했다. 기후학자 하이디 컬렌 또한 기후변화가 치명적인 폭염, 산불, 가뭄, 홍수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음은 분명하며, 우리가 석탄, 석유, 가스를 더 많이 태울수록 그것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의 징후는 한반도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올 들어 6월부터 30도의 폭염을 맞이했던 북극의 기온은 본격 여름이 되자 38도까지 올라갔다. 최근 한 달 동안 세계 곳곳에서는 기상이변 소식이 쉴 새 없이 전해지고 있다. 중국 남부를 휩쓴 홍수, 시베리아의 38도 폭염, 일본을 덮친 물폭탄, 방글라데시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이미 심한 홍수와 함께, 폭우가 미국 중부와 동부, 북유럽과 북아시아에서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 지역에서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폭우가 엄청난 피해를 초래했다. 반대로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은 장기간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생활 속의 기후변화는 기상 이변이라는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의외의 곳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올 여름 들어 도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곤충들의 ‘대습격’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로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곤충들이 번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수돗물 유충’ 깔따구 외에도 대벌레, 매미나방, 노래기 등 인체에 직·간접적으로 해를 입힐 수 있는 곤충들이 전국적으로 줄지어 출몰하고 있다.

곤충이 인간의 일상생활 영역까지 침범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게 된 원인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크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곤충지도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뀌면서 곤충들의 천적도 줄어들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역대급 이상고온을 보였던 지난겨울에 이어 다습한 여름철이 오면서 곤충들의 번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해충이 농경지뿐만 아니라 도심 속으로까지 파고들고 있다는 점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매미나방 발생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약 21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구가 밀집된 서울과 경기도에 가장 높은 발생면적을 보였다. 매미나방은 국내에서 출몰하는 대표 해충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병충해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표적인 친환경농법으로 알려진 ‘우렁이농법’ 또한 지구온난화 탓에 천덕꾸러기가 돼 퇴출 위기에 놓여 있다. 우렁이농법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왕우렁이를 논에 방사해 잡초와 풀을 제거하는 농법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포근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왕우렁이의 월동이 진행되고, 겨울을 거쳐 성장한 왕우렁이 성체는 왕성한 식성으로 잡초뿐만 아니라 벼까지 갉아먹게 되면서 오히려 벼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렇듯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이제 우리의 생활과 건강, 삶의 조건을 다양한 측면에서 위협하고 있다. 질병의 창궐과 건강을 위협하고, 경제를 악화시키며 농업 생산과 식량안보에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며 개인의 삶과 국가의 운명에도 영향을 주게 됐다. 이제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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