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김성환 의원 등이 이른바 ‘해외석탄발전투자금지법’이라는 것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우리나라는 동남아시아 등 해외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펀드 투자도 할 수 없게 된다. 이번에 발의된 해외석탄발전투자금지법의 취지와 내용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만국공통의 관심사인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는 수출산업은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기후변화가 전 세계 근심인데 우리나라 공기업은 해외에서 계속 석탄 화력발전 사업을 해 기후악당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니 앞으로는 온실가스를 가속화하는 사업은 못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발의안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한 의도가 잘 나타난다. 요약하자면 ‘우리나라는 국내에서는 탈석탄발전을 추진하고 있으면서 해외에서는 여전히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파리기후협약 당사국으로서의 의무를 방기한다는 비판을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으며, 현재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일본과 함께 해외석탄발전사업에 공적 자금을 투자하는 국가로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정면 위배되는 무책임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해 있기에 공기업인 한전의 해외석탄발전사업 참여를 금지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이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으로 간주되지 않으려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수차례 지적해왔다. 미국의 부통령을 지낸 환경운동가 앨버트 고어도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동남아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중지를 요청해왔으며 인도네시아 현지 주민들까지 우리나라에 건너와서 자국의 석탄산업 금융투자 중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석탄화력발전소 배출굴뚝에서 뿜어내는 검은 매연을 배경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이 등장한 전면광고까지 실었다. 광고를 게재한 국제환경단체들은 한국정부의 해외석탄사업 투자 중단을 촉구하며 한국 정부의 그린뉴딜과 해외석탄화력발전 추진이 모순성을 안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필자의 칼럼 ‘석탄산업 수출이 한국형 그린뉴딜인가?’).

심지어 유럽의 대규모 연기금 운용사들까지 나섰다. 한전이 베트남에서 추진 중인 붕앙2호기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두고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그만두라고 협력업체인 삼성물산에게 참여 철회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운용사 KLP에 이어 연 200억달러(약 24조원)를 운용하는 덴마크 민간연금사 MP펜션도 “주요 글로벌 브랜드인 삼성은 오염과 손실을 낳을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대신 녹색 전환의 최전선에 있어야 한다”며 “석탄발전소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정말 나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 연기금 운용사까지 나설 만큼 국제사회가 이렇게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최악의 굴뚝산업으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해 지구촌의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의 마지노선인 ‘기온상승 1.5℃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한 탄소예산이 빠듯한 상황에서 글로벌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치명적인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지구는 더 이상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용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혹자는 우리나라가 보유한 기술은 친환경 기술이라는 점, 한국이 이 사업을 포기하면 중국으로 사업이 넘어가 남 좋은 일 시키며 중국의 ‘덜 친환경적인’ 기술이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줄 거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베트남 붕앙 2조 5천억, 인도네시아 자바 1조 7800억의 거대한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윤 동기에서 나온 궤변에 불과하다. 우리 것은 마치 새로운 친환경 기술인 양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 친환경인지는 국내의 예를 통해 이미 그 실효성 면에서 의문이 제기된 상태이고,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포기하면 중국에서 대신할 것이라는 주장 또한 현실성이 낮다. 오히려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발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베트남 붕앙-2 발전사업으로 30년간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억톤에 달한다. 이는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우리 정부가 2025년까지 73조원의 세금을 쏟아부어 줄이려는 감축 목표인 1229만톤의 15배가 넘는 양이기도 하다. 온실가스 감축은 한 국가나 한 지역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공조를 통해 추진해야 하는 글로벌 과제이다. 늦게나마 국회에서 그동안 국제사회로부터 지탄받던 해외발전투자사업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으니 반드시 통과해 우리나라도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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