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하늘과 물이 맑으면/ 땅도 맑고 푸르러/ 정신과 피가 맑으면/ 몸도 맑고 푸르러. <박노해 ‘어조(魚鳥)’>

시인의 시구처럼 하늘과 물이 맑아야 땅도 맑고 푸르를 텐데 하늘은 미세먼지로 온통 흐리고 강물은 가로막혀 흐르지 못해 온통 탁하니 우리네 땅도, 우리네 몸도, 우리네 정신도 온통 온전치 못하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을 완전히 파괴하고 헤집어놓은 이후 반드시 이를 재자연화 하겠다고 천명했던 문재인 정권의 환경부 장관이 현 정부 임기 안에 4대강 ‘재자연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입장을 밝혔다. 소위 환경전문가 출신인 장관이라는 작자는 지자체의 비협조와 절차상의 문제를 운운하며 비겁한 변명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고 한다.

‘준비된’ 대통령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의 집권 기간이 벌써 3년이 지났고 이제 임기 후반으로 가고 있는데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길래 대통령의 대표 공약 하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 분통 터질 일이다. 정말 불가피하게 못 하는 게 맞긴 맞는가?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은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대권에 도전했을 때인 2012년의 대표 공약이었기도 하다.

결국 현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에 잔뜩 기대를 갖고 기다렸던 낙동강네트워크 등 시민환경단체들은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자연성회복 정책의지 재천명, 낙동강 수문개방, 환경부 장관 경질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으로 청와대 앞으로 달려간 것이다. 과연 이 정부가 4대강 복원에 진정성이 있는가 다시한번 묻게 되는 대목이다.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문제를 관장하는 환경부는 해결할 노력도 의지도 부족할 뿐 아니라 해결할 실질적인 힘도 없어 보인다. 4대강 문제를 집중 탐사 취재한 뉴스타파의 주장을 빌면 환경부 장관의 입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많고, 책임을 지나치게 떠넘기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환경부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4대강 보 개방이 늦어지는 이유를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변명에 불과하다. 비록 낙동강 유역의 기초지자체장이 야당 출신이 많긴 하지만 무조건 정부 정책을 거부한다고 보기 어렵고 또 한강 유역의 기초지자체는 대부분 집권여당 소속의 단체장이기도 하다. 심지어 한강의 3개 보가 있는 여주시는 지자체장이 전국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며 4대강 건설 반대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환경운동가 출신이기도 하다.

환경부 장관은 또 보를 개방해도 재자연화 과정이 최소 7~8년은 걸린다고 말했지만 4대강 사업이 졸속 추진돼 생태계가 망가진 상황에서 절차 따지며 7~8년을 보내겠다는 것은 매우 안이한 태도이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환경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호응해 수질 데이터까지 조작하며 4대강 사업에 첨병 노릇을 했다. 그 결과 4대강 생태계는 완전히 망가져서 강이 아니라 호수가 됐다. 환경부가 그때의 잘못을 반성한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생태계 복원을 위해 지혜를 짜내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환경부와 더불어 이 문제를 결정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도 문제가 많긴 매한가지다. 보 처리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관련 부처 장관 및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정권 초기 이 문제를 관장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이 보 해체에는 크게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이후 청와대는 국가물관리위원으로 4대강 찬동인사라 할 사람들을 대거 넣으면서 반대한 사람들은 대부분 배제하는 등 4대강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 원인 제공을 했다. 대통령은 4대강 재자연화를 천명했는데 이를 추진하는 실무관계자들은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로 구성한 것이다.

환경부 장관은 위원회의 소극적인 태도와 까다로운 절차가 보 개방을 지연시킨다고 말하고 반면에 국가물관리위원들은 환경부 장관이 의지가 없다고 말하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지만 두 곳 다 속내는 4대강 보 개방도 제거도, 재자연화를 서두르고 싶은 마음도 의지도 전혀 없는 것이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만 한다. 당장 약속대로 4대강을 막고 서 있는 보를 개방하고 해체해야 한다. 보를 놔두자는 모든 주장은 허튼소리다. 댐과 보를 제거하면 자연이 돌아오고 수질과 생태가 좋아진다는 것은 이미 서구사회의 실례를 통해 입증이 됐다.

보를 열었더니 상류 수질은 좋아지지만 하류 수질은 나빠졌으니 반드시 보 개방이 수질이 좋아진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국가물관리위원회 전문가들의 주장 역시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보에 쌓여 있는 오염물질이 개방하면 아래로 떠내려가고 일시적으로 하류 수질이 더 나빠지지만 자연적인 흐름을 유지하면 결국 좋아지게 된다. 보가 홍수를 예방한다든가,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주장 역시 궤변이다. 일단 보를 개방해 자연적인 강의 흐름을 회복시킨 뒤 점차 보를 제거해야 한다.

주기재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강은 스스로 길을 만들기에 ‘조심성’이 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사람이 자연에 기회를 주면 자연은 신속하게 스스로 알아서 복원된다. 자연의 변화를 인간이 세세한 계획을 세워 조정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일단 강물을 흐르게 하라. 상선약수(上善若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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