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세계경제(世界經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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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명말 중국과 세계화폐 체계는 이미 긴밀했다. 국제수지는 중국 상공업에 유리했다. 세계 대부분의 백은이 중국으로 유입됐다. 중국은 로마 이후 유럽화폐가 마지막 휴식을 취하는 블랙홀이었다. 아메리카와 서구 백은 생산량 가운데 20%를 실은 스페인 선박이 태평양을 건너 필리핀의 마닐라에 도착했다. 이 백은은 중국의 도자기나 비단과 교환됐다. 신대륙에서 생산된 귀금속의 절반이 이 경로를 통해 중국으로 유입됐다. 일본에서도 매년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백은이 1600년대 이전에 중국으로 들어갔다. 이 위기는 히데요시의 조선침략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1620~1660년, 유럽은 무역위기에 봉착했다. 스페인 Sevilla가 중심이던 무역체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중국과 유럽은 멀어졌다. 마닐라에 정박한 중국 상선은 매년 41척에서 1929년에는 6척에 불과했다. 중국의 아시아 무역이 위축되자, 신대륙에서 중국으로 유입되던 백은도 대폭 감소했다.

1630년대 백은이 다시 중국으로 대량 유입되기 시작했다. 신대륙의 백은도 해상을 통해 마닐라에 도착했고, 일본의 백은도 마카오를 거쳐 광주(廣州)로 대량 이동했다. 특히 백은은 인도의 고아에서 말라카해협을 거쳐 마카오로 유입됐다. 그러나 30년대 말에서 40년대 초, 백은의 유통은 다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 시기는 장강 하류에서 고도로 발달한 상품경제가 더 많은 백은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급격한 통화팽창이 시작되던 때였다. 1634년 말, 스페인 필립4세는 멕시코 Acapulco항을 출항하는 선박의 수를 제한했다. 1639년 겨울, 중국 상인들이 마닐라에서 스페인인과 토착민들에게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1640년, 일본이 마카오와의 무역을 중단했다. 1641년, 말라카가 네덜란드의 수중에 떨어졌다. 고아와 마카오의 연계도 끊어졌다. 중국의 백은 창구도 몰락했다.

명말, 통화팽창은 최악이었다. 백은의 장기부족으로 장강 삼각주를 비롯한 인구밀집지역의 통화팽창과 곡물가격 폭등이 초래됐다. 1635~1640년, 백은의 유입이 급감하자, 양잠농가의 삶이 더욱 어려워졌다. 국제비단무역이 위축되자, 절강성 북부의 호주(湖州) 등 비단 생산지가 급속히 쇠락했다. 천재지변과 전염병도 동시에 습격했다. 1626~1640년, 보기 드문 자연재해가 중국대륙을 석권했다. 무지막지한 가뭄과 홍수가 잇달아 발생했다. 끊임없는 굶주림, 메뚜기 떼, 천연두의 창궐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러한 악조건으로 명말의 인구가 크게 줄었다. 어떤 학자는 1585~1645년 중국인구가 40%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세계적인 경제쇠퇴와 동시에 발생했다. 중국도 17세기에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위기의 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만주족의 청은 기회를 잃지 않고 대륙을 차지했다.

명말 통화팽창을 직접 겪은 사람들은 당시 경제위기가 세계적 화폐화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16세기 말~17세기 초, 사람들은 사회경제의 상업화에 대한 불만이 보편화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100~200년 전, 상품시장권이 확산되지 않았을 때의 자급자족적 성격이 강했던 소박한 생활을 그리워했다. 17세기 초에 편찬한 어떤 지방지에서는 홍치(弘治)시대(1488~1505)의 안정적인 도덕적, 경제적 생활과 가정(嘉靖)시대(1522~1566)의 사회적 혼란과 와해가 진행된 현상을 비교했다. 전자에서는 주택과 농지가 충분했기 때문에 도적도 사라졌다. 후자에 이르면, 재산의 주인이 자주 바뀌었고, 물가가 불안했으며, 빈부의 차이가 커지자 시장은 복잡하고 혼란해졌다. 17세기 후기로 진입하자, 정황은 더욱 악화됐다. 백성의 대부분이 파산하고, 극히 일부의 부호들만 재산을 배경으로 호사를 누리며 어려운 사람들을 부려먹었다. 천지간에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한탄이 만연했다. 조선은 이러한 세계경제 체제에서 소외됐다. 이 무풍지대는 표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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