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1일 페이스북에 ‘폭주 기관차의 개문 발차, 세월호가 생각난다’라는 글을 올렸다. “국회가 추미애 법무장관이 얘기한 통제받지 않는 폭주 기관차가 돼 버렸다”면서 “이 폭주 열차는 세월호만큼 엉성하다”고 했다. 주 대표는 “세월호는 항해를 마치지못하고 맹골수도에서 수많은 억울한 생명들을 희생시킨 채 침몰하고 말았다” “개문 발차한 21대 국회는 수렁에 처박히고 나서야 폭주를 멈출 것이다”라는 말도 했다.

주 대표의 글 어디에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책임을 인정하는 사고가 들어 있지 않다. 주 대표의 말 속에는 어떤 죄책감도 담겨 있지 않다. 주 의원은 참사 직후 “세월호 사건은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고 말해 유가족에게 상처를 줬다. 이번에 또 세월호를 끄집어내어 유가족의 상처를 헤집고 있다. 국회의원이자 여당 대표라는 공인의 신분을 망각하고 나오는 대로 말을 쏟아내 사회를 어지럽히는 행동을 하고 있다.

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세월호는 진상규명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침몰의 근본원인이 무엇이며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는데도 구조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책임자 처벌은 그저 ‘시늉’만 하고 넘어갔다. 진상규명을 가로막으려고 정권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움직였다. 그럼에도 주 대표는 ‘고박’이 문제고 점검하지 않은 ‘선원들’이 문제라고 말한다. 국회의석 34%를 점유하고 있는 야당의 원내대표의 인식이 이런 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우리 사회의 비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8일 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사이에 물밑 의견접근이 이뤄졌다. 법사위원장은 전반기와 후반기를 따로 구분하여 맡고 상임위원장 자리는 민주당이 11개, 통합당이 7개를 맡도록 하는 안이다. 자신이 합의한 방안을 들고 당 내에서 논의했는데 거부됐다. 당내에 말 꾀나 하는 사람들의 입김으로 거부 결정이 난 것이다.

주 대표 자신이 합의한 사실은 까마득하게 잊고 여당이 독식한다고 비난하는 대열에 앞장 서는 게 어딘지 어색하지 않은가? 주 대표가 자신과 합의한 상대방인 여당 측을 ‘폭주기관차’라고 비판하는 모습은 의아스러운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독식’하게 몰아가는 대열에 주 대표 자신도 결국 동참하지 않았는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을 두고 미래에 ‘큰 약이 될 것’이라고 말한 데서도 확인되듯이 통합당이 반사이익을 노리고 여당이 ‘독식’하도록 몰아간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자신들은 진정한 ‘의회민주주의 세력’이고 정부여당은 ‘폭주기관차 같은 존재’라고 규정하고 있다.

주 대표가 여당을 비판하면서 세월호를 들먹인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책임이 새누리당 정부인 박근혜 정권이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철저히 방해한 세력이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아닌가? 정권이 책임을 다하지 않아 전원구조할 수 있었던 단순 사고가 참사로 변화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여당 독주’를 빗대 세월호 참사 같다고 말하는 건 스스로에 대한 반성적 태도가 전혀 없는 것이다.

주 대표는 세월호 참사 당시 여당의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었다. 그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세월호는 교통사고라는 말을 버젓이 했고 유가족과 국민들이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해도 사과하거나 철회한 적도 없다.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 때도 여전히 ‘세월호는 교통사고’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진상규명이라는 기초적인 과제조차 해결되지 않아 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검찰청 앞에서 광화문에서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헤아려 보고 ‘세월호’를 들먹이는 것인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습에도 화가 나지만 한국현대사의 비극이자 국가의 직무유기의 전형인 ‘세월호’를 정적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쓰는 그의 행동에 더 큰 분노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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