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은 형법상 내란선동죄목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하고 있다. 9년형을 선고받았는데 7년이 다 되어 간다. 이석기 의원의 죄는 90분 동안 강연한 것이 전부다. 국정원은 수사 당시 ‘지하혁명조직 RO’가 있고 RO가 내란을 음모했고 ‘RO의 수괴’가 이석기라고 발표했다. ‘공안당국’이라는 이름으로 RO 핵심들이 월북을 두 차례 이상 해 심각한 ‘간첩질’을 한 것처럼 언론에 뉴스를 내보냈지만 근거를 대지 못했다. 검찰조차 ‘RO 혐의’로는 기소하지 못했다. 결국 내란음모죄로 기소했지만 무죄가 났다. 법원은 내란선동죄로 9년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이 내란선동죄 위반으로 판결했지만 대법관 3명은 내란선동죄도 무죄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내란선동죄는 법 규정이 애매하기 짝이 없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법률이다. 또 이상한 것은 내란선동죄 법정형이 내란음모죄와 같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또한 애먼 사람 잡기 알맞은 법률이고 지난 70년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만들고 간첩을 수없이 양산해 인격과 가정을 파탄 낸 법률이다. 자신들과 다른 말을 했다고 해서 반민주 반인권 악법인 ‘귀걸이코걸이법’을 적용해 징역을 9년형이나 선고하고 7년씩이나 감옥살이를 시키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인가?

유럽의 모든 나라, 심지어 미국에서도 이석기 전 의원처럼 연설한 사람이 있다면 뉴스도 되지 않고 넘어갔을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영역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눈만 뜨면 미국, 영국 등 서구 나라들과 제도를 선망의 대상으로 설명하지만 이들 나라에서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과 검찰, 국회와 사법부는 입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짓밟는 행위를 했다. 자유민주주의 또는 민주주의의 핵심은 사상의 자유이다.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통합당은 눈만 뜨면 자유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하자는 말은 꺼내지도 않는다. 물론 내란음모죄, 내란선동죄의 근거법인 형법조항을 손보자는 주장도 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소리 높여 외치고 당명에도 ‘민주’가 들어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 또한 별로 다르지 않다.

이석기 전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일방적인 전쟁을 벌이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가담하지 말고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 행동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정치적 의견을 말했을 뿐이다. 이런 말도 못하고 이런 말이 죄가 되는 사회라면 민주주의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이런 사회를 자유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위선이다. 각자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창의적인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사회가 발전함은 물론 사회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뜻을 세우고 자아를 실현하며 개성적인 정치사상과 사회사상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이석기 전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의원들에 대한 제명에 동의함으로써 사상의 자유와 정치활동의 자유, 정당 활동의 자유를 말살하는 대열에 참여했다. 이에 대해 반성하는 입장을 내는 게 필요하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제명되지 않았다면 검찰이 내란음모죄로 기소하지도 못하고 사법부도 중형을 선고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통합진보당이 위헌판결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국회가 통합진보당 의원들을 제명한 것은 역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의원들 비리와 폭력 사건은 감싸거나 묵인하는 의원들이다. 사상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신속히 제명에 합의한 대한민국 국회가 과연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국민 대의기관이겠는가?

이제라도 국회는 통합진보당 의원들에 대한 제명 행위가 옳지 못한 정치행위였다는 걸 밝히고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을 요청하는 결의를 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이석기 전 의원을 당장 석방해야 한다. 이게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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