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딜레마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di(두번)와 lemma(제안, 명제)의 합성어이다. 논리학 용어로는 삼단논법의 특수형식의 하나로서, ‘양도논법兩刀論法’이라 하여 4가지 형식 중에 상대방의 전제에 2개의 가능성을 확인한 다음 어느 쪽을 취하여도 상대방에서 나쁜 결론이 나온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사용하는 논법이었다.

얼마 전에 혼자서 온 여성분을 상담한 적이 있다. 직급도 높고 급여도 만족스럽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원만한 상태였다고 한다.

다만 사장님의 아내 되는 분이 일에 개입돼 힘들어하고 있는 상태였다.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그분의 성격이 괴팍해서 공격대상이 되는 사람은 다 못 견디고 그만두었다고 한다. 본인도 결국 그만두겠다고 해버린 경우였다. 그분과의 싸움에서 이기거나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상담을 받은 후에 자신이 진작 이런 상담을 받고 약간만 태도를 바꾸었어도 오늘 같은 상황은 되지 않았을 것 같다고 한다.

이렇듯 딜레마에서 오는 괴로움은 너무 이분법적 사고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 사람을 무시한 채 좋은 동료들과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언젠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좋은 관계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옛날 동화에 여우가 자기가 따먹을 수 없는 포도를 보고 ‘저 포도는 힘들게 따더라도 무척 실거야’라고 스스로 위로하는 내용이 있다. 어차피 뭔가가 결정이 됐다면 그 이후는 ‘신 포도’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유치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일명 ‘마시멜로 실험’인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시멜로를 주고 5분 정도 후까지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면 2배의 마시멜로를 준다고 약속한다. 못 참고 먹은 어린이보다 참았다가 두 배로 받은 아이들이 나중에 훨씬 크게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재미있는 실험이기는 하나 반드시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그 중에는 마시멜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바로 전에 마시멜로를 빼앗겨서 바로 먹어버리고 싶었던 아이도 있지 않을까? 이 실험 역시 너무 이분법적인 사고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참지 않고 바로 먹으면서 열 배의 만족과 기쁨을 얻었다면, 기다렸다가 두 배로 얻는 것보다 반드시 나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물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실험이니만큼 옳고 그름을 말할 수는 없다. 남들이 기다리는 동안 먼저 먹는 기쁨을 누리는 아이, 기다렸다가 두 배를 받고 인내의 결실에 대한 기쁨을 누리는 아이가 있을 뿐이다.

주식 열풍이 불던 때에 소액으로 주식을 산 적이 있다. 상승곡선을 그리는 주식으로 인해서 꽤 며칠을 행복했던 것 같다. 동료 중에도 그 주식을 가진 동료가 있었는데 아직 훨씬 더 오를 것 같은데도 매도를 해 버렸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훨씬 큰 이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다. 얼마 후 주식은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고 높은 가격에도 못 팔았던 것을 더 낮은 가격에 팔 수 없어서 그냥 갖고 있되 잊어버리기로 했다. 몇 년 후에 보니 그렇게 좋아 보이던 회사의 주식이 상장폐지 돼 있었다.

인생에 모범답안이란 없다. 느낌이 좋은 것을 선택하고 그 선택이 옳다고 믿는 것, 그것이 인생의 딜레마를 잘 풀어가는 비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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