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독서삼매경에 빠졌다가 갑자기 지하철이 오는 바람에 서둘러 책을 덮고 서둘러 탄 적이 있었다. 한참 가는데 뭔가 허전하다. 그제서야 역사 벤치에 지갑을 놓았던 것이 생각이 났다. 다시 돌아가 보았지만 지갑은 없었다.

지하철역에서 CCTV를 요청해서 보았는데, 어떤 여자가 지갑 옆에 앉더니 지갑을 자기 가방에 우선 넣고 사람들이 오니 자연스럽게 지갑을 꺼내어서 돈을 확인하는 게 보였다.

오래 전의 사건이라 CCTV를 보는 것도 가능했었던 것 같다. 경찰서에 신고하고, 기다려야 하고, CCTV자료를 요청하는 등, 절차가 필요하고 복잡했다. 더구나 거기에 지갑을 빠뜨린 잘못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아깝기도 하고 더구나 신분증도 다시 만들어야 하니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그때 언젠가 읽은 책의 내용이 생각났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돈이나 물건을 잃어버리면 신께서 빌려주셨던 것을 거두어가셨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생각해보면 틀린 것도 아니다. 어떤 유행가 가사처럼 맨몸으로 태어나서 많은 것을 갖고 사는데, 극히 일부분을 잃어버렸을 뿐인데 신께서 가져갔다고 생각한다고 무슨 큰 일이 나겠는가?

최근에는 운전을 하다가 출근시간이 늦어서 차선을 바꾸다가 이동카메라에 찍혔다. 아니기를 바랐지만 범칙금 고지서가 날아왔다. 범칙금 고지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피할 방법도 없어 보였다. 마음을 바꿔서 나라재정에 보탬이 됐다고 생각하고, 좋은 일에 쓰려고 따로 모아놓았던 계좌에서 범칙금을 내 버렸다. 그렇다고 끼어들기를 잘했다거나 범칙금을 내니 나의 잘못은 전혀 반성을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단순하게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편해졌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도록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 바꿔서 편안해진다면 누구도 손해보는 것이 아니라면 한번쯤 시도해 볼만하지 않은가? 물론 누군가는 이야기할 것이다.

처음에 들은 사례는 잘못한 사람을 꼭 찾아내어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야 이 사회가 바람직하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두 번째 사례 또한 차라리 기분 나쁘게 생각하고 다음부터 그렇게 안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생각을 바꾸었다는 뜻이지 다음에 다시 지갑을 잃어버려도 좋다거나 범칙금 고지서를 또 받아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누구라도 내 기분까지 책임져주지 않을테니 내가 생각만 바꿔서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기분이 나쁜 상태보다는 좋은 상태에서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더 잘할 가능성이 많으니 기분은 스스로 챙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행복은 나의 선택에 의해서 나의 것이 되기도 하고 남의 것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생각을 바꾸어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우리 모두는 행복하도록 태어났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이야기처럼 행복은 전염성이 무척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컨트롤이 가능할 때 무조건 행복한 방향으로 선택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더구나 생각만 바꿔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선택보다 필수가 된다. 어떻게 보면 회피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우리는 모두 행복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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