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빅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한 보건 통계학자로 한스 로슬링(Hans Rosling, 1948년 7월 27일~2017년 2월 7일)이 있다. 그는 스웨덴의 의사이면서 카롤린스카의과대학 교수로도 재직했다. 

그는 저서 ‘팩트풀니스’를 통해서 사람들은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 책 앞부분에서 13문항의 문제를 냈다. 3지선다형이라서 사실상 확률은 33%이다. 저자는 재미있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혹시 침팬지에게 문제를 설명하고 번호가 적힌 바나나를 들어서 먹게 해도 33%는 나오지 않겠냐고 얘기한다. 물론 직접 실험을 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필자도 흥미를 가지고 풀어 보았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단지 2문제만을 맞혔을 뿐이기 때문이다. 맞힌 2문제 중 하나는 5번으로 ‘오늘날 세계 인구 중 0~5세 아동은 20억이다. 유엔이 예상하는 2100년의 이 수치는 몇일까?’이다. 보기는 ‘A:40억, B:30억, C:20억’이다. 머릿속으로는 20억보다 훨씬 적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제일 적은 숫자가 20억이다 보니 C를 선택했다. 또 한 문제는 마지막 13번째 문제이다.

‘세계 기후 전문가들은 앞으로 100년 동안의 평균기온 변화를 어떻게 예상할까?’이다. 보기는 ‘A:더 더워질 거라고 예상한다. B:그대로일 거라고 예상한다. C:더 추워질 거라고 예상한다.’ 매스컴에서 너무 많이 접하던 문제이니 A라고 생각했지만 혹시 너무 쉬우니 이것도 다른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행히 A를 맞혔다. 사실 5번 문제는 자괴감이 들까봐 맞게 풀도록 저자가 봐준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정답률은 15%인 셈이고 침팬지보다도 못한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저자는 똑똑한 사람일수록 오답률이 더 높다고 말한다.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형편없는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어떤 일을 결정하고 상대를 판단한다. 기초가 되는 정보와 지식이 오류라면 그것을 바탕으로 한 결정 또한 오류일 가능성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강하게 자기주장을 하기도하고, 상대방을 비난하기도 한다.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틀렸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듯하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틀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훨씬 더 겸손해지고 다른 사람의 말에도 귀 기울일 수 있게 될 것이다. 가끔 예전에 주장했던 것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때 마음이 가볍지 않다. 그런 개운치 못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하려면 자기주장을 할 때 근거 없는 자만심을 갖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적어도 자신의 기초자료가 맞는지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물론 말할 때마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다 확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상대의 말이 혹시 더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실수를 줄일 수도 있을뿐더러 다른 사람들과 더 잘 지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분쟁을 줄이고 더불어 잘 살 수 있을 때 우리는 조금 더 편안함을 느끼고 행복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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