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경제논단] 탈원전의 국제 정치학
[미디어·경제논단] 탈원전의 국제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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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자유주의는 시장을 중시한다. 시장은 권위주의 시대의 성역(聖域)의 유물을 녹인다. 터부일수록 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그게 여론정치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언론은 몸을 사리고 있다. 언론이 기(氣)를 펴지 못한다. 우한 코로나19가 엄습하면서 전체주의 사회가 우리 앞에 다가왔다. 중국, 북한 문화가 코로나19로 우리 삶의 전면에 나타났다. 마스크를 타려고 줄을 서고, 코로나지원금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선다. 북한의 배급제 사회가 눈앞에 다가온다. 원전 폐기도 여론에 밀려, 사양산업의 신세가 됐다. 여론에 민감하지 않는 중국, 러시아 등은 원전으로 한 건 건지겠다고 의기양양하다.

1979년 3월 미국 펜실베니아주 스리마일 아일랜드(Three Mile Island)에서 원전사고가 났다. 정작 그 섬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은 별로 느끼지 못했으나, 독일 하노바에 그린당은 격렬한 데모를 했다. 그 사실은 매스 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에 타전됐다. 펜실베니아는 전 세계의 매스 미디어를 장식하기에 이른다. 여론에 밀려 원자력 산업은 사양산업으로 변해있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1979년 TM1-2호기 원전 사고 이후 40년간 신규 원전 발주가 중단됨에 따라 미국 원전 건설 생태계가 붕괴됐다. 4기의 신규 원전 건설이 지연됨에 따라 웨스팅하우스는 캐나다 투자펀드 브룩필드 비즈니스 파트너스에 매각되고 말았다”고 했다.

원론적으로 한번 밀리면 다시 건설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원전산업의 생태계이다. 그 만큼 많은 하청기업이 다수 존재해야 가능하다. 국내 원전 협력업체들은 창원에만 170개 1만 3000명을 고용하고 있고, 경남 전체로는 280개 업체에 2만 3000명이 고용돼 있다.

신고리 6·7호기 건설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두산중공업은 올 들어 750명을 명예퇴직을 시킨 상태이고, 신규채용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몇 년 전 7700명이던 총 직원 숫자는 지금 5000명으로 줄였다. 신고리뿐만 아니라, 월성 1호기 가동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원자탄을 만들 수 있는 싹을 잘랐다. 원전 생태계가 무너질 시점에 놓이게 된 것이다.

멀쩡한 원전을 ‘해로운 에너지’로 몰아갔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원전의 위험성을 부각시켰다. 언론과 환경단체의 휘발성이 한 몫을 했다. 중국산 태양광발전소 소재를 가지고 와서 원전을 대치시켰다. 그렇지 않아도 국제 무역은 곤두박질치는데 전력 요금 상승으로 중소기업은 거의 초죽음을 면치 못한다.

청와대는 시대를 잘 못 읽은 것이다. 중앙일보 이하경 주필은 “생전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기온이 250도까지 치솟고 매일 황산비가 내리는 지구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했다. 그 주창으로 유럽은 ‘그린 뉴딜’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유럽의 지구환경의 리더인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녹색 경기부양(green recovery)을 주창하고, 탄소 배출량 제로 달성을 위한 유러피언 그린 딜에 합의했다. EU는 전체 GDP의 1.5%인 330조원을 기후위기 대응에 투자하기로 한 상태이다”라고 했다.

한편 정범진 교수에 따르면 미국도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결성된 핵연료워킹그룹(NPWG)이 ‘미국 원자력 경쟁력 회복’이란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안보와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 원자력의 재활성화 필요성을 제시했다”라고 했다. 미국은 벌써 원자력 생태계를 다른 나라에 이전한 상태이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원전 이후 기술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이다. 국내 여론에 밀려 일본 원전산업은 겨우 숨을 쉬는 지경이다. 여론을 중시한 나라의 비극이다. 이젠 여론에 별 신경을 쓰지 않은 러시아와 중국이 이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다. 소련은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자로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엄청난 피해를 봤다. 유럽은 소련의 기술을 외면했다. 그러나 소련은 여론을 통제함으로써 원자력 기술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한편 게걸스러운 중국이 원자력 산업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중국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지만, 주기기는 두산의 생산 기술을 갖고 간 것이다. 두산이 갖고 있는 기술은 가압수형(加壓水型, Pressurized Water Reactor)과 비등수형(沸騰水型, Boiling Water Reactor)이 국내에 대부분 발전소 설비이다. 거의 인명피해와 환경파괴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웨스팅하우스가 중국에 수출한 산먼 1호기(AP1000)의 주기기도 두산중공업에서 공급했고, 캐나다가 중국 천진(泰山)에 수출한 원전 주기기도 두산이 제작한 것이다.

TM1-2호기 원전 사고 이후 미국 내 신규 원전 발주가 중단되자 우리가 그 기술을 전수한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정부를 거치면서 여론의 방패막이가 원자력 발전을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줬다.

중국 공산당은 ‘촛불혁명’, 우한 폐렴, 그리고 4.15 부정선거 비난을 받아가며, 문재인 청와대를 엄호하고 있다. 중국은 두산의 원자력 생태계를 노략질하고 싶은 것이다. 386 운동권 친중파는 기술을 중국에 넘겨주기 위해 안달이 났다. 저런 군살들을 청와대에 두고, 굽실거리는 지식들도 반성할 일이다. 그게 다 매국적 행위이다.

속이 탄 이성배 두산중공업 노조지회장이 머리띠를 두르고 나타났다. 민주노총의 상부 기관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경영진은 청와대나 산자부의 눈치를 보는 사이 노조가 앞장서고 있다. 관계도, 공산당도 중요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하면 다 눈이 뒤집어지게 마련이다. 같은 맥락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여론 때문에 밀린 자본주의 꽃인 원전산업을 중국 공산당에 순순히 넘겨줄 생각은 전혀 없을 것이다. 탈원전의 정치학 코드는 이렇게 엮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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