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감염병 확진자가 나오면 음압병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음압병실은 병실 안의 공기 압력을 바깥보다 낮게 만들어 병실안의 오염원이 병실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고 자체적으로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특수 시설이다.

현재 전국의 음압병상 수는 1027개(음압병실은 793개)이다. 이 가운데 국가지정 음압병상은 다인실을 포함해도 198개뿐이다. 서울도 43개뿐이다. 대구, 경북은 7개뿐이다. 국가지정 음압병상은 문재인 정부 들어 4개밖에 늘지 않았다. 현 정부가 감염병 인프라 구축에 얼마나 무심하고 안일했는지 보여주는 한 가지 지표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의 음압병실은 2월 현재 65개(일반실 30개, 중환자실 28개, 응급실 7개)에 불과하다. 대구는 음압병실이 크게 부족해서 확진자임에도 불구하고 일반병실에 입원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지금은 일반 병실에도 들어갈 수 없는 확진자가 300여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자가 격리 중인데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고 상태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울산의 경우도 울산대병원 안에 확보돼 있는 국가지정 음압병실이 이미 포화 상태여서 추가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부산도 음압병실이 포화상태라고 한다. 광주 전남이 확보하고 있는 음압병실이 50곳에 불과하다는 뉴스는 충격이지만 현실이다. 국가지정 음압병실은 15개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코로나19를 만나고 나서야 시립병원 내 음압병실을 6배 늘리겠다고 말하고 있다. 치료를 받고 있던 병원 이용자를 다른 곳으로 내보내고 이동식 음압기기를 설치하는 거라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 국회는 지난 5년 동안 음압병상 늘리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너무나 게을렀다. 소 잃고 나서야 호들갑 떠는 행태 언제까지 계속할 셈인가.

음압병실 부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메르스 사태 때도 크게 문제 되었다. 정부 기관은 메르스가 창궐할 때는 요란을 떨더니 결국 국가지정 음압병상을 76개밖에 안 늘렸다. 일부 민간 병원을 지정해 음압병상의 구색을 대충 맞추고 지나갔다. 5년 뒤 다시 감염병이 돌자 또 음압병상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 음압병상이 4개 밖에 늘지 않았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생명안전을 제1의 가치로 삼는다는 문재인 정부가 놀랄 만큼 게으르고 타성에 젖어 음압병상 늘리는 작업을 수행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은 단 하나도 신설되지 않았다. 감염병에 대비할 수 있는 시설 확충은 물론 인력 충원도 거의 변화가 없다. 이러니 전염병이 찾아올 때마다 허둥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료 인프라가 약할수록 의료진이 바이러스와 격렬한 사투를 벌여야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사람의 건강을 살피고 생명을 구하는 사명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위험에 적면하게 된다. 국가와 사회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게을리 함으로써 의료진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생명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에 죄가 더욱 무겁다.

지금은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상황이라 눈앞의 확진자 가려내는 것도 버겁고 내가, 내 가족이 보균자가 아닐까 걱정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감염병 인프라의 부족 문제는 시민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언론도 대책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루어 짐작하면 코로나19가 극복된 뒤에도 감염병 인프라 부족은 개선되지 않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또 다른 감염병이 찾아오면 똑같은 문제가 드러나서 더 많은 국민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가가 미리 준비했으면 살 수 있었는데 준비 부족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사태까지 예견된다 할 것이다.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된다.

역학조사관도 음압병실도 크게 부족하다는 것은 사람을 뒷전에 두는 사회라는 것을 웅변해준다. ‘사람이 먼저’는 언제 어디서나 적용돼야 할 가치 기준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사람 중심의 사회로 거듭나려면 감염병 대비 의료 인프라를 강화하는 결단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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