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정치평론]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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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최소한 민주주의자는 자신에 대한 ‘건강한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민주주의란 서로 다를 수 있는 상대를 존중하고 그 ‘다름’을 통해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는 것을 신념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것을 놓고 경쟁하는 정치 시스템이 곧 민주주의 정당체제다. 따라서 국민의 이익을 위해 자유롭게 경쟁하고 또 국민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정치체제가 곧 민주주의의 기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언론은 곧 국민의 대변자다. 그러므로 국민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이 그 본령이다. 이런 이유로 언론은 기본적으로 권력에 대해 비판적이다. 아니 마땅히 그래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민주주의의 본령으로 접근하는 것도 그런 배경이다. 그럼에도 좌파와 우파, 내편과 네편을 가르며 권력에 따라 노골적인 정파적 행보를 보이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닌 셈이다. 기껏해야 권력의 도구일 뿐이다. 우리 주변에도 그런 언론은 차고 넘친다.

민주당이 자당에 대해 비판적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이를 게재한 경향신문을 고발했다가 취하한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공직선거법’ 제254조가 규정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 고발의 이유였다. 평소 임 교수를 알지 못했기에 그가 무슨 글을 썼는지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읽고 또 읽었다. 결론은 오히려 민주당의 오만함과 옹졸함에 화가 났다.

임미리 교수의 칼럼은 민주당을 향한 애정이 묻어 있었다. 큰 기대를 했는데 왜 이토록 못 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 제발 좀 잘하라는 쓴소리다. 지금의 정치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얘기다. 사실 최근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행태를 보면서 실망한 국민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임 교수의 쓴소리는 너무도 상식적이다. ‘표현의 자유’ 운운할 필요조차 없다. 구타가 아니라 채찍질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적 대응으로 나섰다. 이번 총선 때 ‘민주당만 찍지 말자’며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 고발의 핵심이다. 임 교수 칼럼을 도대체 어떻게 읽었길래 그것을 사전선거운동으로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까지 했는지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열 번을 양보해서 언론 모니터링 실무자가 단순하게 문제를 제기했다손 치더라도 검찰 고발 단계에서는 당 지도부가 이를 걸러냈어야 했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는 침묵 아니면 변명에 바빴다.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서둘러 고발을 취하하긴 했지만 여전히 임 교수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운이 좋은 사람들처럼 보인다. 가는 곳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볼멘소리가 가득하고 골목마다 동네 이웃들의 눈물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야당을 압도하고 있다. 총선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권심판을 향한 분노도 분노지만 동시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궤변과 꼼수 그리고 그들만의 ‘통합 잔치’에 냉소적인 사람들도 많다. 정권심판론이 그대로 미래통합당 지지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제3지대 정당들은 코미디 같은 수준의 ‘막장쇼’를 벌이고 있으니 잠시나마 거기로 갔던 마음도 이젠 돌아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은 정권심판론의 확실한 대안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21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부인할 수 없는 ‘민주당의 행운’이다. 미래통합당도, 제3지대정당도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서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민주당 생각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할 민주당, 민주당보다 더 가혹한 심판을 받아야 할 미래통합당, 미래통합당보다 더 막장 수준의 제3지대 정당들이 서로 경쟁하는 판이라면 이는 한국정치의 큰 비극이요 한계다. 모든 정치세력을 다 심판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결국 가장 큰 기득권을 쥔 자가 웃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딱 그렇다. 일여다야 구도는 그들 최상의 프레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임미리 교수의 칼럼을 통해 드러난 민주당 안팎의 심리구조는 생각보다 간명하다. 우선 정치환경이 민주당 독선과 오만을 키웠다. 집권세력이 아무리 못해도 미래통합당을 찍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그 독선과 오만의 원흉이다. 그 판단의 옳고 그름을 떠나 상대인 미래통합당이 뼈를 깎는 성찰부터 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도로 새누리당’ 깃발만 쳐다보고 있다. 국민을 아직도 바보로 알고 있는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한국 정당정치사에서 역대급 저질 코미디 쇼를 벌이고 있는 제3지대 정당은 빼겠다. 앞으론 몰라도 지금은 이미 민심조차 떠났기 때문이다.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핵심 동력이었으며 사실상 견인차였다. 그런 만큼 ‘언론의 자유’는 민주당의 정신이었으며 표상이었다. 그런 민주당이 이제 집권당이 되자 한 신문에 실린 칼럼조차 품어내지 못하고 선거법을 적용해 검찰에 고발하는 사태까지 갔다는 것은 비극도 보통 비극이 아니다. 민주당마저 그들이 싸웠던 군사독재정부의 못된 행태를 보고 닮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와 집권세력의 오만함과 옹졸함이 얼마나 저급한지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국 사태’를 겪고서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민주당, 그럼에도 운이 좋다는 데 대해서는 씁쓸하다 못해 슬픈 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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