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지난 주 ‘플랫폼’ 주제 칼럼에서 혁신에 불만을 가지는 레가시 영역에서의 조직적 저항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새로움은 고통을 겪지 않고 이루어질 수 없다” –헤르만 헤세는 ‘파우스트’에서 이것을 새가 알을 깨고 나올 때 겪는 ‘아프락사스의 고통’이라 표현한 바 있다– 는 교훈과 같이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 받는 혁신은 존재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혁신의 모멘텀에는 분명 어떠한 현상이나 사물에 개선을 느끼는 자와, 현재 상황에 익숙해진 자와의 본능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4차산업의 핵심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인공지능(AI)산업에 대한, 최근의 여러 가지 우려에 대해 논해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명료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분명 AI가 가져 올 파급력은 현재의 상상력만으로도 가공할 정도의 규모로 산업계 및 평범한 인간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대다수의 IT 전문가들도 이러한 불가피한 변화를 피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연동된 AI는 각종 영역에서 엄청나게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의 결과를,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유기적으로 분석, 활용해 기존의 규칙과 이에 따른 행동패턴을 도출하고 해당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결과를 유도한다. 특히 특정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행위의 결과는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행위를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AI가 조종하는 자율주행차는 주요 대중교통수단인 버스, 택시 등 운수산업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어,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상당수의 운전직종 종사자들이 불필요하게 될 것이다. ‘왓슨’이 보여준 상당 수준의 진료능력은 진단, 처방 등 의료분야 인력을 일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며, 치안, 교통 경찰인력의 일부도 대체가 가능할 것이다. 단순 법률분야에서도 AI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데, 미국의 로펌인 ‘베이커 앤 호스테들러’에는 ‘로스(Ross)’라는 이름의 AI변호사가 있는데, 파산업무를 맡고 있으며, 엄청난 양의 문서를 빠르게 읽고 숙지해, 그 의미를 분석해 정리하므로 변호사 보조 업무를 상당 부분 대행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후코쿠생명에서는 수년 전 손해사정분야에 인공지능시스템을 도입해, 가입자의 사고 및 치료기록을 분석하고,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손해사정 업무와 보험료 산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재 상당 분야에서 AI는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하고 있으며, 지금보다 더욱 섬세하고 복잡하며 신속한 처리가 요구되는 더 많은 부분에서 AI에 의존하게 될 것은 당연한 추세이며, 이는 여전히 전통적인 규범과 규칙 속에서 존재하는 현재의 많은 직업들이 해체되고, 재구성되며, 그 강도는 점차 세 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일자리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인용해 향후 5년간 약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나서, AI로 사라질 전체 일자리는 510만여개가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 중 한 사람인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은 2030년까지 지구상에 현존하는 직업의 약 50%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견 우울하고, 막막한 미래가 아닐 수 없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설정된 것과 같이, 수퍼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 이러한 우려 자체를 중시(重視) -혹은 우려 자체에 매몰되는- 하는 비관론자, 회의론자들은 AI가 주도할 우리 미래의 삶의 방식에 엄청난 두려움과 부정적 견해를 표명할 것이다. 이는 1800년대 말 자동차의 출현으로 위태로워진 마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영국에서 제정된 자동차 운행 규제법인 ‘레드플래그법(Red Flag Acts)’의 출현과 맥을 같이 한다. 결국 이 법으로 인해 영국은 경쟁국인 독일, 프랑스의 자동차산업에 현저히 뒤처지는 암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지만 말이다.

딥러닝으로 무장한 AI지만 적정한 데이터의 제공 없이는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데이터는 끝없이 수집, 가공되고 관련성 있는 배열이 돼야 한다.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인 것이며, 아울러 창의력과 대인 영향력, 소통 및 복합적 문제 해결능력, 사회적 관계기술 등은 여전히 인간만이 가능한 것이다. 분야별 AI를 통합, 조정, 관리하거나, 이로 인한 법적/윤리적 문제해결, 새로운 서비스 창출 등 다양한 방면으로의 확장을 통해 인간의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다. 이것이 ‘비관’과 ‘좌절’이 아닌 ‘더함’과 ‘새로움’으로 봐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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