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플랫폼(Platform)이란 단어에서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도 기차역일 것이다. 기차를 타거나 내릴 수 있도록 평평하게(plat) 만든(form) 대기 장소로, 흔히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만남 등이 이루어지는 소중한 추억의 장소로서, 대중가요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다. IT에서 플랫폼은 컴퓨터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가 구동 가능한 하드웨어 구조 또는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의 일종 -아키텍처, 운영체제, 프로그래밍언어,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 등- 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비즈니스에서 여러 사용자 또는 조직 간에 관계를 형성하고, 비즈니스적인 거래를 형성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 환경, 즉 자신의 시스템을 개방해 개인, 기업 등 관계없이 모두가 참여해서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고, 그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제공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는 것이 대체적 추세이다. 이는 ‘기차’라는 운송수단이 있는 기차역의 플랫폼에서 사람을 목적지로 이동시켜 주거나,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만나게 해 주는 것과 유사한 개념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를 연결시켜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공통점이 바로 플랫폼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기업이며, 우리나라의 다음, 네이버 등도 마찬가지 개념이다. 즉 IT기술 기반의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플랫폼으로 해, 서로 의견과 정보를 공유하고, 때론 기술을 교류하거나, 누구나 차별 없이 접속되고 운용되는 플랫폼이라는 특성을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가 일상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승용차 공유 서비스인 ‘타다’와 주문/배달 중개서비스인 ‘배달의 민족’ 등 주요 플랫폼 사업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타다’는 위에 소개된 국내 포털사업자인 ‘다음’의 이재웅창업자가 설립한 렌터카 서비스이자 모빌리티 플랫폼회사이다. ‘타다’는 승차공유서비스로 플랫폼을 이용해 예약 승객을 모집하며 예약을 한 고객의 현 위치를 파악하고 방문해, 고객을 목적지로 이송해주는 방식이다. 대중교통수단인 택시가 무작위로 도로를 운행하다가 임의 고객을 태우고 원하는 목적지로 배송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타다’는 미리 예약을 해 기다릴 필요가 없으며, 정해진 금액으로 빠르게 목적지에 배송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특히 11~15인승인 대형 카니발 운행으로 다수 이용자나 쾌적한 운행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고, 그 동안 대중교통수단인 택시를 이용하면서 많은 불편을 느끼고 있었던 다수 시민들에게는 택시에 대한 상당한 보완재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보완재라는 개념은 상당부분 이용자들 관점이었고, 택시기사들에게 ‘타다’는 생계를 위협하는, 즉 자신들의 업역을 빼앗는 대체제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하고 강력한 반발과 항의시위를 벌여, 결국 작년 말 ‘타다금지법’이 통과돼 현 방식의 ‘타다’ 영업 활동은 더 이상 진행이 곤란하게 됐다.

‘배달의 민족’은 ‘우아한형제들’에서 운영하는 국내 점유율 1위인 배달주문 서비스업체로 최근 독일계 기업에 소유지분의 약 90%를 이전하면서 한화로 약 4조 7천억원의 매각가를 받아, 국내 스타트업기업 매각가 중 최고를 기록한 유니콘 업체로 기록됐으며, 벤처업계의 시샘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를 인수한 독일계 업체인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 민족’에 이어 국내 주문배달시장에서 2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요기요’를 운영하는 업체로, 합병시 이들 두 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만 해도 거의 90%에 육박할 정도의 압도적인 독점 지위를 확보하게 돼, 주문배달의 주요 고객인 요식업체들은 독점시 생겨날 수 있는 배달료 인상, 일방적이고 편법적 운영 가능성 농후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보완책을 내 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 두 가지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이슈는 실상 두 기업이 규모가 있고, 대중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기에 많은 논란과 갈등이 있는 것이지만, 실상 알려지지 않은 다른 사례, 즉 독창적이며, 발전적인 서비스들이, 유사한 영역에서 오랜 기간 안정적 기득권을 누렸던 레가시 업체/종사자들의 강력한 반대로 좌초되고 만 일도 다수 있었을 것이다. 마치 100여년 전 자동차가 나왔을 때, 마차, 인력거꾼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듯이…. 이제 ‘혁신’ 없는 생존은 불가한 세대가 됐다. 나의 관점이 아닌 ‘우리의 눈’으로 새로움을 만드는 시스템을 바라봐야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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