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물리학(Physics)차원에서 세상을 보는 시각은 고전물리학과 현대물리학의 두 가지 관점으로 나뉜다. 고전물리학은 뉴턴(I. Newton, 1642~1727)이 발견한 만유인력의 법칙을 기반으로 한, 현대물리학은 20세기 이후 등장한 아이슈타인(A. Ainstein, 1879~1955)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등을 기반으로 한 물리학 이론을 의미한다. 이 중 양자역학은 현대물리학, 화학의 이론적 기반으로서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20세기에서 산업의 쌀이자, 4차산업의 중심이 될 IT산업의 시발점이 되는 반도체산업에 가장 중요한 이론으로 평가된다.

양자역학의 출발점은 빛의 성질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했다. 고전물리학의 태두인 뉴턴은 빛의 직진성을 강조하며, 빛은 입자라는 입자설을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영(T. Toung)의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빛이 입자로서는 설명이 되지 못하는 실험결과를 가져와 다시 파동설이 재기됐다. 즉 영의 이중슬릿 실험에서 두 개의 틈(슬릿)을 가진 판을 놓고 빛을 쬐였을 때 벽면에 다수의 간섭무늬가 나타난 것이다. 빛이 직진성을 가진 입자라면 두 개의 슬릿을 통과한 두 개의 위치에만 무늬가 있어야만 하는데, 다수의 간섭무늬가 생겼다는 것은 파동고유의 특성인 회절현상에 기인하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빛의 성질은 입자보다는 파동이라는 것이 설득력을 얻었다. “빛은 입자보다는 파동의 성격이 더 맞다”라는 인식이 대세인 시점에서 빛의 에너지와 파장간의 상관관계를 측정하는 실험이 1800년대 말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두 가지 법칙, 즉 단파장 복사시의 에너지와 장파장복사시의 에너지의 관계를 나타내는 각각의 법칙을 합리적으로 결합해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설명하지 못하는 모순이 생겨났다. 즉 단파장에서 나타나는 공식(법칙)을 장파장에 적용할 때, 해당 공식이 성립되지 않고, 역으로 장파장 공식을 단파장에 적용할 때 맞지가 않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비록 이들 두 공식을 단파장과 장파장영역으로 나누어 적용했지만 빛 에너지에 따른 파장간의 관계를 통합해 설명할 어떠한 규칙, 혹은 공식을 마련하는 것이, 당시 과학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었던 것이다.

이 때 독일의 플랑크(Max Planck, 1858~1947)가 새로운 개념인 플랑크상수(h)를 제안하였다. h는 빛의 쏘임에 의해 방출되는 열에너지가 최소기본입자인 원자의 진동에 의해서 발생된다고 보고, 그 원자의 진동범위를 더 이상 짧아질 수 없게 최소단위로 만들고, 이 보다 큰 진동은 이 단위의 정수배로만 가질 수 있도록 구상한 것이었다.

그리고 h를 적용한 결과 단파장, 장파장에서 모두 기존의 공식과 일치하는 하나의 통일된 법칙을 발견하게 됐다. 즉 이 개념을 기존의 공식에 넣어 보니, 기존 공식에서 단파장 적용공식은 장파장공식에 맞질 않고, 장파장 적용공식이 단파장에 맞지 않아 두 개의 공식으로 나뉜 것을 양쪽파장에 모두 정확히 일치하는 하나의 공식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이로써 플랑크상수는 의도치 않았지만, 이후 양자역학에서 에너지의 최소단위가 됐으며, 플랑크 본인은 연속적인 양을 어떤 기본단위의 정수배로 측정토록 양으로 재해석한 양자화(Quantization)를 도입한 최초의 인물로 기록 되어 진 것이다.

복사열을 연속적인 흐름이 아닌 양자화 개념으로 해석한 플랑크의 제안, 즉 플랑크상수의 도입은 몇 년 후 아인슈타인에게 빛이 양자화된 입자일 수 있음을 추정케하는 단초를 제공했으며, 광양자 개념을 도입해 빛의 성질을 해석하는 중요한 업적을 만들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 이후 보어의 에너지궤도 양자화 도입을 거쳐, 전자에 빛을 쬐였을 때 생기는 전자 운동량의 불규칙적인 변화를 확인해, 이를 설명하기 위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로써 고전물리학의 기반인 뉴턴역학은 원자 이하의 미시세계에서는 더 이상 적용할 수 없으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역학, 즉 파동성과 입자성을 상호 연관시킨 양자역학이 탄생하게 돼, 반도체, 레이저, 초전도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기술, 특히 IT기술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양자역학의 기본 개념과 중요한 획을 그은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과학의 세계에서 ‘불확정성’은 존재할 수 없으며, 단지 우리가 규칙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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