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북한의 진정한 ‘새로운 길’은 무엇일까
[통일논단] 북한의 진정한 ‘새로운 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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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기한 북한의 속내는 무엇일까. 기세등등하던 평양의 기고만장을 꺾은 ‘중동의 섬광’ 앞에 김정은 위원장의 표정은 돌변했다. 아니 이건 내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부드러워졌다. 그런 가운데 사라진 것이 있다. 바로 북한의 ‘새로운 길’이다. 현재의 침묵이 과연 북한의 진정한 ‘새 길’이었단 말인가? 그렇게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뭔가 크게 한 방 터뜨리고 가려던 북한의 새로운 전략은 ‘최고 존엄’의 신변안정이란 위협 앞에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는 북한의 구호는 진실이다. 김정은 위원장 없는 북한은 통치력을 유지할 수 없다. 물론 그것은 북한의 진정한 ‘새 길’이 되겠지만 아직 그 물리력은 공전의 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란 혁명수비대의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와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처럼 미국 정부의 암살로 사라진다는 공포가 현재 평양에 엄습하고 있다. 미국의 보수적 성향의 외교·안보 매체인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암살에 나서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 제3차 대전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다소 무서운 경고를 내놓았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미국의 대외정책과 이해관계에 걸림돌이 되는 외국 지도자를 암살 명단에 올린 사례가 많다.

반제국주의자였던 파트리스 루뭄바 콩고민주공화국 초대 총리가 1961년 살해됐고 같은 해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 대통령도 암살당하는 최후를 맞이한 게 대표적이다.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정치적 암살 개입을 금지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6년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집 공습을 승인했고 최근엔 이란 혁명수비대를 이끌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김 위원장 제거 및 북한 지도부 참수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현행 미국 국내법상 미국 대통령의 외국 지도자 암살 명령을 금지하는 명시적 법적 조항은 없다. 미국 국내법은 외국 지도자 암살을 시도하는 미국인을 기소할 수는 있지만 미국에서 범죄가 실행되거나 암살 대상이 된 지도자가 자국이 아닌 타국에 있을 때 행해진 경우에만 적용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론적으로는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식으로 김 위원장 및 지도부 제거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북한은 이라크의 경우와 다르다는 점이다.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북한의 경우 김 위원장의 권력체계가 견고하고 군의 사기가 바닥이었던 이라크와 달리 주한미군 기지를 공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점에서다. 이 매체는 또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에 관여한 인사들에 대한 암살도 좋은 정책적 수단이라고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국가 원수 암살은 전쟁행위를 의미한다”며 “김 위원장을 지하 6피트에 가두는 것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수 있는 일련의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라면서 한국과 일본·중국도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군사적 옵션은 꾸준히 거론돼왔다.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중국이 미국과 협력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게임이기를 바랄 뿐”이라면서 글을 맺었다. 현재 북한군의 사기는 이라크 군보다 못하면 못했지 절대로 낫지 않다. 북한군 안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은 육군은 포기하고, 해군은 방치하고, 공군만 챙긴다”는 비아냥이 들끓는다. 그러나 실은 공군도 주력기인 미그-29 40여대를 연 중 12시간 이상 하늘에 띄울 수 없는 처참한 형편이다. 이쯤해서 북한의 새로운 길은 윤곽이 잡힌다. 1994년 이후 그래왔듯이 김정은을 옹위하며 그럭저럭 가자는 것이다. 허나 그럭저럭 가는 것도 30년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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