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김정은 위원장의 요란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끝내 포장을 뜯지 않았다. 포장이 열리는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도 28일 소집되었으나 특별한 정책결정은 아직 보도되지 않은 가운데 이틀간 열리는 중량급 회의어서 30일 저녁에야 뭔가 메시지가 있을 것 같다. 뚜렷한 북한의 의사는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공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마디로 평양은 12월 중순의 요란한 ‘말폭탄’을 거두어들이고 고요한 크리스마스를 미국에 선사하였다. 그렇다면 워싱턴은 어떠한가? 한 마디로 거룩하면서도 북한의 ‘모험’을 억누르는 무력시위로 일관하였다.

미국의 세계적 뉴스채널 CNN은 26일(현지 시간) 미 당국자를 인용해 “미 행정부가 북한이 도발적인 미사일 시험발사나 특정 형태의 무기 구성요소 시험에 참여하면 신속히 실시할 수 있는 일련의 군사적 무력시위(military show-of-force) 옵션들을 사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한반도 상공에 폭격기를 전개하는 것부터 지상무기 훈련을 신속하게 소집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며 “다만 미국의 대응을 유발할 북한의 선을 넘는 행동이 어떤 것일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북한이 13일 2017년에 비해 연소 시간이 2배로 길어진 신형 로켓엔진을 시험한 점 등을 고려해 성탄절에 새로운 발사체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고체 연료를 사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도 17일 북한의 ‘성탄 선물’로 장거리미사일을 예상하면서 “먼지를 털어내고 이용할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성탄절 도발에 대응해 2017년 북한이 핵과 ICBM 발사 도발을 했을 때 준비했던 대북 무력시위 및 군사옵션 카드를 다시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 당국은 연말과 내년 초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CNN은 “성탄절은 북한의 선물 없이 지나갔지만 미 당국자들은 여전히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미 당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일(1월 8일)이 있는 1월 초까지 무기 시험 기회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CNN은 “미 당국자가 이에 대한 계획은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행동 없이 오직 무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주민들의 사상적 무장에 역점을 두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사상교육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북미 협상 교착, 대북제재 국면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로 이 구호 즉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는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부친 김정일이 1974년 사실상 집권하면서 내놓은 혁명적 구호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 기사에서 “시대를 선도하고 사회발전을 추동하는데서 혁명적인 구호가 발휘하는 위력은 대단히 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신문은 “이 혁명적 구호를 어제와 오늘뿐만이 아니라 내일도 영원히 높이 들고 사회주의 건설에서 끊임없는 기적과 위훈을 창조해나가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 땅 위에 융성 번영하는 사회주의 강국을 일떠세우기 위한 보람찬 투쟁을 벌리고 있다”라고 했다. 특히 “우리의 전진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적대세력들의 반공화국 압살 책동은 더욱 악랄해지고 있다”면서 ‘항일유격대식’ 구호가 중요한 배경을 설명했다.

신문은 “오늘의 조건과 환경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 하더라도 항일 무장투쟁 시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사상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을 돌아보며 “새 세대들을 사상 정신적 풍모에 있어서나 투쟁 기풍에 있어서 항일혁명 선열들의 높이에 이르게 하자는 것이 중요한 목표이고 방침”이라고 전했다고 상기하기도 했다. 이제 주목할 것은 김정은의 1월 1일 신년사다. 그가 신년사를 통해 과연 지난해 4월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선언한 ICBM 및 핵무기 개발 중단 등 일종의 모라토리움을 거두어들이고 다시 미국과의 대결을 선언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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