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북한, 모라토리엄 파기는 체제 몰락의 길
[통일논단] 북한, 모라토리엄 파기는 체제 몰락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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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장장 4일간의 북한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가 끝났다. 이것은 전원회의라기보다 당 대회급이었다. 북한 노동당 대회도 평균 4일 간 진행된 게 그 역사다. 1961년에 소집된 노동당 제4차 대회가 1주일로 북한 노동당사의 최장 당 대회로 기록되고 있다. 1950년대 말까지 소련파와 연안파 등 모든 파벌을 정리한 김일성이 이른바 ‘승리자의 대회’로 자축한 것이 바로 4차 당대회였다. 그 당시 북한 사회주의는 전성기였다. 한 마디로 북한 경제는 아시아 국가 중 최고의 성장을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떤가? 북한은 성장은커녕 수십 년 동안 가파른 내리막길을 질주하고 있다.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는 북한 체제가 재생산을 계속하느냐 아니면 전쟁으로 몰락하느냐 하는 절박함의 절정에서 개최되었다. 지난해 4월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되었던 모라토리엄(핵-ICBM 도발 유예)을 사실상 파기하는 회의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새로운 전략무기’ 예고로 북한이 사실상 지난 2018년 4월 내려뒀던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다.

바로 이것이 북한이 줄곧 주창해온 ‘새로운 길’은 아닐까? 많은 이들이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강조한 정면돌파에 대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국과의 장기 대치가 불가피하며 북한은 전략 무기를 계속 향상시키고 자기방어를 위해 핵억지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전원회의에서 윤곽이 드러난 북한의 장기 대미정책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적대정책 철회’란 북한이 더 이상 대화에 관심이 없을 때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광범위하고 애매한 요구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2월 31일 전원회의 4일차 보고에서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사용한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표현에 대해선 “민간 경제가 국방보다 부차적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할 수 있다. ‘공세적 조치’에 대해선 대러시아·대중국 관계 관리, 한국에 대한 대담한 군사 태세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대방도 없는 공약에 우리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매여 있을 근거가 없어졌다”고 했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역시 CNN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 합의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사실 정부 안팎의 전문가 대부분은 단기적 시야 내엔 비핵화가 없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은 ‘자력갱생’을 키워드로 대북제재 정면 돌파를 강조하며 대규모 인적 쇄신에도 나섰다. 지난해 12월 28∼31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통해 당 정치국 위원 및 후보위원, 당 부위원장 및 전문 부서 부장 등 총 77명을 선출 및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무엇보다 15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노동당 내 전문 부서 부장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0명이 교체 또는 이동된 것이 관심을 끈다.

이 중 김정은 체제 들어 무기 개발 업무에 전념한 리병철과 주 러시아 대사를 지낸 김형준이 부장으로 임명된 것은 북한의 ‘병진노선 부활’ 및 새로운 외교전략 수립 계획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이병철과 김형준은 각각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으로도 보선돼 승진했다.

북한은 해임 명단을 공개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거 부장단 물갈이를 통해 각각 국제부장과 통일전선부장을 맡아온 이수용과 장금철이 밀려났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으로 ‘제1부부장’으로 이미 호명된 바 있는 김여정이 제1부부장으로 임명됐다고 1일 보도돼 보직 이동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기존 선전선동부에서 조직지도부로 이동해 인사 및 검열권 등을 틀어쥐고, 김정은 체제 강화와 함께 ‘2인자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사회주의는 관성을 잃은 지 오래다. 물론 원심력도 한계 지점이 저기 보인다. 누구를 어느 자리에 앉히든 북한 체제는 정상적인 작동이 어렵다. 비핵화 완성이든, 본격적인 개혁과 개방이든 과감한 체제개혁만이 북한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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